롯데마트 중증 지적장애인 인턴십 “편견 딛고 선 것이 가장 큰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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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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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 진행현장

“우리도 할 수 있어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지적장애인인 이경섭 씨(서 있는 사람)와 김상호 씨가 상품을 진열해 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우리도 할 수 있어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지적장애인인 이경섭 씨(서 있는 사람)와 김상호 씨가 상품을 진열해 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계속 서 있으려니까 힘들어요.”

16일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 창고에서 물품 상자를 나르던 이경섭 씨(28)는 말로는 힘들다 하면서도 웃는 얼굴이었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이 씨는 월요일(12일)부터 5일째 롯데마트로 출근 중이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으냐”고 묻자 이 씨는 고개를 저으며 “그래도 일은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중증 지적장애인 3명이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양점과 구리점에서도 지적장애인이 3명씩 일한다. 이들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일자리창출 사업인 ‘에이블 업(Able up)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6주간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서울역점의 장애인 인턴들은 창고에서 물품 정리를 하거나 무빙워크 끝에서 고객의 쇼핑카트를 끌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는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제공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올해부터 중증장애인이 민간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보겠다는 곳은 없었다. 유일하게 참여한 곳이 롯데마트였다.

장애인 인턴들에게 일을 가르치는 직원들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창고 물품 정리를 담당하는 서울역점 이종혁 파트장은 “처음엔 장애인이 온다고 해서 덜컥 겁을 먹었는데 며칠 지내보니 잘 가르쳐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2주 정도 지나면 매장 상품 진열도 시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고객 응대법을 교육하는 한영주 씨도 “손님 얼굴을 제대로 못 쳐다보기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더니 금세 자신감을 갖고 지금은 손님에게 인사도 잘한다”고 전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임종혁 일자리개발팀장은 “인턴십은 중증장애인이 민간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적응시키기 위한 과정”이라며 “가능하면 채용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롯데마트는 이들의 인턴 기간이 끝나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지 판단해 채용할 계획이다. 이재찬 롯데마트 경영지원부문장은 “기본적인 직업 능력을 가진 중증장애인들이 선입견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라며 “장애인들이 자립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최대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롯데마트#중증장애인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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