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외국계 기업 “영어 잘해도 적극성 없으면 안뽑아요”

  • 동아일보

■ 서울 코엑스서 채용박람회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구직자들이 외국계기업 부스를 둘러보며 채용정보를 살피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구직자들이 외국계기업 부스를 둘러보며 채용정보를 살피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영어는 조금 못해도 괜찮아요. 문제는 실력인데… 다들 학교에서 공부 제대로 안 하고 졸업장 받나 봅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독일계 기업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의 피터 클뢰핑 인사관리(HR)담당 부장은 한국학생들을 평가해보라는 요청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국 구직자들은 머리가 좋고 예의가 바릅니다. 하지만 독일 엔지니어들과 비교해 실력이 떨어집니다. 훈련시키는 시간과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요.”

지식경제부와 KOTRA가 26일까지 개최하는 박람회에는 3M, 오티스, 보쉬, 듀폰 등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91곳이 참가해 1300여 명의 직원을 선발한다.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 강기원 씨(27)는 “국내 회사는 야근이 잦고 사생활도 없지만, 외국계는 근무환경이 좋고 자기 개발할 기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런 인기를 마뜩찮아 하는 눈치였다. 한 인사담당 상무는 “외국계라고 해도 결국은 한국인이 대다수인 한국기업인데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실무에 바로 투입할 인재가 필요하고, 그럴듯한 스펙(경력사항)은 오히려 입사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외국계 기업은 인재 선발의 제1조건으로 ‘적극성’을 꼽았다. 지난해 스위스계 계측기 생산업체인 엔드레스하우저에 입사한 송화영 씨(28·여)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지난해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인사팀을 사로잡아 취업에 성공했다. 송 씨는 “회사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며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려면 직접 문을 두드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수”라고 귀띔했다.

외국계 기업 대부분은 공채 대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인력을 뽑는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듀폰코리아 김아진 인사부 차장은 “취업을 원하는 기업에 이력서를 보내면 회사는 사람이 필요할 때 받아놓은 이력서를 검토한다”며 “공을 많이 들이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수록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에만 매달려 취업하려는 태도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외국계 기업 가운데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속 있는 곳이 많다. 반면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업들 중에는 대우가 형편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영어는 필수지만 원어민처럼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다국적 배전설비기업 ABB코리아는 올해 130명의 엔지니어를 선발하면서 토익 커트라인을 없앴다. 몇 번 되물어서라도 업무를 이해하고 문법이 다소 안 맞아도 정확한 단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정도면 일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인사팀 이창희 대리는 “토익 940점을 받고 입사한 직원이 영어 한마디 못하고, 반대로 640점으로 들어온 사원이 뛰어난 업무성과를 내는 걸 보고 채용절차를 바꿨다”며 “영한사전 놓고 e메일 작성할 정도면 영어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청년드림#외국계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