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강화땐 외국자본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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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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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높은 예대마진율에 고배당 잔치… 재계 “금융 경쟁력 약화”

외국계 은행들은 고객이 예금할 때는 낮은 금리를 주고 대출받는 고객에게는 높은 금리를 매겨 국내 은행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계 은행은 물론이고 외국계 보험사들도 국내 금융회사들보다 배당성향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 10일자 B2면 [FOCUS]외국계 은행들 배당은 ‘큰손’, 사회공헌은 ‘짠손’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예대마진을 많이 챙기고 주주들이 배당도 더 많이 받아가는 반면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외국계 금융사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금산분리 강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산분리 원칙이 카드,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면 국내 대기업의 빈자리를 외국계가 차지할 수 있어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SC, 한국씨티은행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지난해 평균 예대마진율(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수치)은 2.68%인 반면 SC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3.38%였다. 외국계 은행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는 높이고 예금금리는 더 낮췄다는 의미다.

본사 송금액을 끌어올리기 위한 배당에도 외국계 금융사들은 적극적이었다. 2009∼2011년 3년간 국내 은행들의 평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 비율)은 39.1%였으나 외국계 은행은 51.2%로 12.1%포인트나 더 높았다. 보험업에서도 국내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24.7%인 반면에 외국계는 30.7%로 6%포인트 높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환, 제일은행 등이 금산분리 여파로 대거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다”며 “금산분리가 제2금융권으로까지 강화된다면 외국계 은행들의 이윤추구 극대화 경향이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정부 규제로 국내 대기업의 발이 묶인 사이 외국계 자본의 시장 침투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기업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최근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영업시간 및 출점 규제를 받고 있지만 일본계 슈퍼마켓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부산 해운대 등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본계 유통업체인 ‘트라박스’는 해운대에 이어 경남 함안, 전남 광양 등 10곳에 점포를 열었고 다른 일본계 점포인 ‘바로’도 올해 5월 부산과 경남 김해에 점포를 개설했다.

대기업 계열 업체들을 배제한 공공기관 구내식당 급식 사업에서도 3월 이후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던 공공기관 구내식당 중 서울시 다산콜센터, 국립환경과학원, 신용보증기금 등 3곳의 운영권을 외국계 급식업체인 아라코가 가져갔다. 아라코는 미국의 대형 급식 및 케이터링 업체인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업종에서도 외국 기업들이 세를 키우고 있다. 예컨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서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 막히는 바람에 오스람과 필립스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김상운 기자sukim@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은행#금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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