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IFC몰 지하 3층에 설치된 대형 화면.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면 화면 속 자신의 모습 위에 하트가 뜬다. SK마케팅앤컴퍼니 제공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몰 지하 3층. 거대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 앞에 서자 기자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했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 화면에 ‘자이언트 쇼퍼’(IFC의 캐릭터 모델)가 나왔다. 맑은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신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다. ‘하트를 그려 달라’는 메시지가 떠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자 화면의 기자 머리 위로 빨간색 하트 그림이 떠올랐다. IFC몰 스크린과 키오스크 광고 플랫폼을 담당하는 안제헌 SK마케팅앤컴퍼니 부장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처럼 사람과 스크린이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 늘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과 유사하게 꾸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헨리 메이슨 트렌드워칭닷컴 대표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매료되고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오프라인 공간도 ‘온라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매장을 인터넷처럼 꾸며라
버버리가 자사 웹사이트 환경을 매장에 도입한 영국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 매장 전경. 중앙의 대형 화면에는 웹사이트의 첫 화면처럼 패션쇼와 다양한 공연 등이 나온다. 버버리 제공지난달 영국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문을 연 버버리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장 곳곳에 100개의 스크린과 500개의 스피커를 설치했다. 2층 높이의 대형 스크린에는 인터넷 첫 화면처럼 각종 공연과 패션쇼 영상이 끊임없이 나온다. 밖에 비가 오면 대형 화면에도 비가 내리는 영상과 함께 여기에 어울릴 만한 트렌치코트를 보여 준다.
이 매장은 처음부터 자사 웹사이트인 ‘버버리 월드’ 콘셉트를 따라 만들어졌다. 인터넷 매장은 누구나 마음 편하게 들어가 제품을 보고 음악을 듣고 패션쇼를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자유롭게 상품을 ‘서핑’할 수 있게 했다. 전자태그(RFID)가 붙어 있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매장 곳곳의 스크린에 대면 제품 정보와 스타일링 방법이 나온다. 매장에 없는 제품은 검색해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앤절라 애런츠 버버리 최고경영자(CEO)는 “매장 문으로 걸어 들어오면 마치 웹사이트에 들어오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IFC몰에도 독특한 기능의 키오스크 26대가 매장 곳곳에 놓여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동작인식 게임기인 ‘키넥트’ 시스템과 SK텔레콤의 얼굴인식 기능이 들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온라인 광고와 쇼핑을 할 수 있게 했다. 20대 여자가 키오스크에 다가가면 주요 패션 매장의 인기 제품 정보가 실시간으로 뜨고, 이를 클릭하면 매장 내 구매 가능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 정보 맞춤 광고가 가능한 인터넷처럼 성별, 연령에 따른 맞춤 광고도 나올 예정이다.
○ 온-오프 시대가 온다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T스토어’는 이달 말까지 전국에 24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 위치는 전국 버스 정류장. 소비자들이 버스 정류장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무료 앱을 받고, T스토어 매장을 구경하게 된다. QR코드가 오프라인 공간인 버스 정류장과 온라인 공간을 이어준다는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인터넷 쇼핑의 가장 큰 장점인 ‘쇼핑 후기’ 기능을 오프라인에 도입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브라질의 패션브랜드 C&A는 페이스북에 제품을 게시하고 페이스북 방문자들이 누른 ‘좋아요’ 수치가 오프라인 매장의 옷을 걸어놓는 옷걸이에 설치된 액정화면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도록 했다. 남들이 좋아하는 옷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또 미국 주요 백화점들은 키오스크를 설치해 상품 리뷰를 실시간으로 살펴본 뒤 매장에서 살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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