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총성없는 화폐전쟁]<上>“우리 돈을 국제통화로”… 각국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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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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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거래비중 수직상승… 美 달러화 “$O$”


《 한일 양국이 9일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두 나라의 통화스와프 규모가 70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줄어 한국이 외화유동성 위기를 맞는다면 일부 위협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원화의 국제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세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자국화폐의 국제화 움직임과 원화의 국제화를 위한 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중국은 올해 3월 20일 몽골과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외화유동성 위기 때 통화를 맞교환하는 것) 계약을 체결했고, 이틀 뒤인 3월 22일 호주와도 2000억 위안(약 300억 호주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중국이 2008년 12월 우리나라와 18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한 이후 현재까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나라는 20개에 이르고, 규모는 1조5000억 위안에 달한다. 중국이 통화스와프 계약에 적극적인 이유는 위안화를 기축통화(국제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 수준의 국제적인 통화로 격상시키기 위해서다.

중국처럼 자국 통화를 국제화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거세지는 분위기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제금융위기가 터지고, 국제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지위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된 게 이런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백승관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제 실물 및 금융거래에서 달러화가 다른 통화로 점차 대체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 중국, 위안화 국제화에 총력전

위안화 표시 국제 채권 발행, 홍콩을 중심으로 한 역외시장 형성, 본토 기업의 위안화 해외직접투자 허용 등은 모두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성과는 뚜렷하다. 중국 대외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2010년 1분기(1∼3월) 0.4% 수준에서 지난해 말 9% 내외로 급증했다. 국제은행 간 자금결제통신망기구(SWIFT)에 따르면 세계 결제통화 중 위안화의 순위는 2010년 35위에서 올해 2월에는 17위로 수직상승했다.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어 향후 미 달러화를 대체할 주요 국제통화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자국 화폐 세계화에 뛰어든 나라들

최근 유로존 재정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유로는 여전히 달러화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유로존의 인구(약 3억3200만 명)나 국내총생산(GDP·약 17조 달러) 등 통화권의 크기는 미국을 앞지를 정도이다. 1등급 국제통화의 요건인 1등급 중앙은행(유럽중앙은행)도 갖추고 있다. 17개국이 자국 통화를 없애고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헝가리, 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가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일본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역내 금융협력 차원에서 엔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에 따른 신뢰도 저하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지역의 미국 의존적 무역 구조도 엔화의 국제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작아서 단독으로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이루기 힘든 나라들은 주변 국가들과 힘을 합치고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은 2010년부터 공동통화인 ‘수크레’를 무역결제에 활용하고 있다. 걸프협력이사회(GCC) 소속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4개국은 2009년 12월 열린 연례정상회의에서 단일통화를 만들기 위한 통화협정에 서명했다. 최종 목표는 ‘걸프중앙은행’을 설립해 유로 같은 지역 단일 통화를 만드는 것이다.

○ “대표 강대국이 대표 통화 발행”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의 국제화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 자국 화폐가 통용되면 환율 리스크가 줄어들고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자국 통화가 국제 통화로 인정받으면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자국 통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게 되면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지위도 대체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 국제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B) 교수(경제학)는 자신의 저서 ‘달러제국의 몰락’에서 “역사적으로 대표적 국제통화는 대표적 강대국이 발행해 왔다”며 “제2차 세계대전 후 달러가 세계를 지배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라는 요새가 누구의 위협도 받지 않을 만큼 견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화폐#위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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