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내년 1월로 늦춰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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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소송 따른 사업구조 개편… 대통령선거도 주요 변수 작용

연말에 이뤄지던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3년 만에 내년 1월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의 소송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 연말 대선 등 굵직한 이슈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4일 “올해 사장단 정기인사는 예년과 달리 1월로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장단 인사 일주일 후에 하는 임원 인사도 내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2009년까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일(1월 9일) 만찬 후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 사장단 인사를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물러났다 복귀한 2010년부터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12월 1일) 직후인 12월 첫째 주 금요일로 사장단 인사 시점을 바꿨고, 그 일주일 후 임원 인사를 해왔다. 이처럼 정기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은 인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 해 사업에 미리 대비하라는 메시지로, 이른바 삼성 ‘상시 비상경영’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삼성그룹의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예년보다 늦어지는 것은 현재 삼성전자를 먹여 살리고 있는 휴대전화 사업의 명운(命運)을 가를 판결이 12월 6일 미국 새너제이 법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이날부터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의 배심원 평결에 대해 최종 판단에 들어간다. 동시에 애플의 ‘아이폰5’,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및 태블릿PC 8종에 대한 판매금지 심리도 속개한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세트(완제품) 및 세트에 들어가는 부품 사업을 동시에 하면서 어느 한쪽의 부진을 다른 쪽이 메워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애플과의 전투처럼 경쟁사인 동시에 협력사인 회사들과의 소송에 대응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DMC(완제품)사업부는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의 아이폰과 대립하고 있지만 DS(부품)사업부는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하는 식이어서 완제품과 부품사업부를 별도의 회사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의 소송 결과에 따라 대규모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12월 인사는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외부 변수로 인사 시점이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인사의 방향을 예년보다 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12월 19일 대선도 12월 인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삼성 관계자는 “새 정권과 최소한 교감이 있는 인사를 발탁해야 하기 때문에 대선도 주요 변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12월 인사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완제품과 부품을 분리하면 소송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결정은 그룹의 구조 전반을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그룹으로선 대선 결과가 인사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그룹 측은 공식적으로는 “다양한 방향을 두고 고민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삼성#인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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