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준비하는 최훈지 씨(33·가명)는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러 은행에 갔다가 애를 먹은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당시 그는 창구직원에게서 “최대한 대출을 받아도 이사에 필요한 금액보다 4000만 원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DTI 한도에 걸렸기 때문이다. 최 씨는 “20일부터 DTI가 완화되며 10년 후 소득까지 반영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다시 은행에 가서 상담을 받아 봐야겠다”고 말했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인 최 씨가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면 10년 만기 기준 대출한도는 약 2억3000만 원이다. 서울지역 DTI 50%에 비거치식 분할상환, 고정금리 등으로 최대 65%까지 적용받은 결과다.
이처럼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돼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DTI 완화가 장기적으로 시장 회복에 탄력을 더해 줄 것으로 보지만 실수요로 이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DTI 완화로 40세 미만 무주택자는 장래 예상소득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대출 여력도 커지게 된다. 장래 예상소득은 직전 1년 소득에 예상소득을 더한 액수를 2로 나눠 산출한다. 예상소득은 국세통계연보 연령대별 근로자 급여 증가율을 바탕으로 하며 10년간 급여 증가율은 20대 52.1%, 30대 31.8%다.
최 씨의 소득 증가율을 30%로 가정할 때 최 씨의 10년 뒤 예상소득은 4680만 원이며 전년도 소득을 더해 계산한 10년 연평균 소득은 4140만 원이다. 이를 근거로 10년 만기 대출로 DTI 65%를 적용하면 최 씨는 약 2억7000만 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월 급여가 200만 원인 25세 무주택 근로자의 대출한도를 평균 급여 증가율을 적용해 산출하면 기존 1억5000만 원에서 최대 1억9000만 원까지 늘어난다. 실제 대출금액은 대출자의 신용등급과 실제 소득 증가율, 타 부채 등을 감안해 달라질 수 있다.
20일 이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더라도 아직 대출이 집행되지 않았다면 완화된 조건으로 대출을 변경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됐거나 대출이 이뤄졌다면 무주택자 자격을 잃게 돼 대출이 불가능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시장에서는 DTI 완화를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라며 “부동산시장 회복기에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도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법 등으로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었던 만큼 실효성이 적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바뀐 DTI 혜택을 받으려면 10년 이상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만 가능해 수요자에 따라 원리금 상환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DTI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주택 수요와 더 밀접한 만큼 실수요 증가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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