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칠레 무역청장 “공업국 돼야 선진국?… 개방이 살길”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 비센테 칠레 무역청장 방한

“공업국가가 돼야 선진국이 되지 않겠느냐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아르헨티나가 무리하게 공업화를 시도하다 망한 나라 아닙니까. 공업보다는 개방이 살길입니다.”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펠릭스 데 비센테 칠레 무역진흥청장(사진)은 개방경제의 신봉자였다. 그는 최근 칠레의 국내총생산(GDP)과 관세, 남미 전체의 GDP를 그린 그래프를 보여주며 “칠레 경제가 성장한 것은 폐쇄적인 경제를 신봉한 다른 남미 국가들과 달리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산업화가 진행 중일 때에는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해 제조업, 특히 중공업을 육성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논리에도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비센테 청장은 “산업화에 드는 엄청난 투자비를 이미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며 “칠레에도 1990년대까지는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던 이익단체들이 있었으나 이제는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칠레는 한국이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다. 2004년 체결한 한-칠레 FTA의 결과 한국에서는 자동차, 강판, 경유의 수출이 3∼10배 증가했고, 칠레에서는 한국으로 냉동 송어, 포도, 와인, 구리 등을 수출했다. 제조업이 강한 나라와 농업·광업이 강한 나라 사이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성립된 셈이다.

‘칠레에는 자동차회사가 없느냐, 칠레는 공업을 육성할 계획이 없느냐, 농업국가로 머무르게 된다는 우려는 없느냐’와 같은 질문에 대해 비센테 청장은 모두 “없다”고 답했다. “농업은 광업에 이어 칠레 2위의 수출산업입니다. 내년에는 200억 달러(약 22조 원) 이상을 수출해 세계 10위의 농수산물 수출대국이 될 겁니다.”

그는 칠레 농산물의 성공은 철저한 품질관리 등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역량이 합해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남반구에서 가장 큰 과일 공급국가라는 지위는 단순히 얻어진 게 아니라 과일의 상태, 색깔, 맛, 당도, 향을 표준화하고 수확량이 많고 오래 유통할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한 결과라는 설명이었다.

비센테 청장은 13, 14일 열린 ‘칠레의 맛’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행사에서 그는 칠레 음식과 와인을 홍보하는 한편 한국 기업들에 칠레에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권했다.

최근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 발효로 한국시장에서 미국산, 스페인산 와인이 칠레 와인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칠레 와인은 한국 자동차와 같다”고 말했다. 와인이나 자동차나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싼값 때문에 구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찾게 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칠레 와인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관세가 사라진 만큼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유통업자들의 이윤 추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무역#칠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