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팜한농, 종자주권 14년 만에 되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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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코리아 종자사업 인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 기업에 넘어갔던 국내 토종 무, 배추, 수박 등의 종자를 한국기업이 되찾아 왔다. 동부그룹 계열 종자회사인 동부팜한농(옛 동부한농)은 세계 최대 종자회사 몬산토의 한국 내 법인인 몬산토코리아의 종자사업을 사들였다고 13일 밝혔다. 동부팜한농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몬산토 본사에서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동부 측은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인수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몬산토코리아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분야 1위였던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를 다국적기업 세미니스가 인수해 설립한 세미니스코리아가 전신이다. 몬산토는 이 회사를 2005년 세미니스로부터 인수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4대 종자회사가 매각되며 토종 종자가 외국계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는 비판론이 일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종자 주권(主權)’을 되찾았다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 농부들이 5∼10%의 로열티를 내고 사야 했던 씨앗이 14년 만에 우리 손에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농업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기간산업으로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이번 인수를 강하게 추진했다.

몬산토코리아는 무 67종, 배추 38종, 수박 17종, 오이 16종 등 310종의 종자를 보유하고 있다. 무와 배추, 오이 등 총 11개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 등이 대표적인 토종 종자로 꼽힌다.

동부팜한농은 이 중 240여 개의 종자를 가져왔다. 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시금치 등 4개 품목의 70여 개 종자는 국내 영업권만 넘겨받았다. 이 밖에 몬산토코리아가 보유한 시설, 영업자산, 인력 등도 인수했다. 우종일 동부팜한농 부회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 26%, 보유 품종 500종, 1등 품종 14개로 국내 1위 종자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몬산토 측은 “몬산토코리아는 한국 내에서 연구개발(R&D) 센터 운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몬산토코리아#동부팜한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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