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43년간 세계 다녀봤지만 한국식 마트규제 못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고강도 비판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대형 마트 일요일 강제 휴무는 장을 볼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제공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대형 마트 일요일 강제 휴무는 장을 볼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제공
“1970년 삼성에 입사한 이래 43년째 사업을 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이런 식으로 하는 곳은 없어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66)은 13일 자신이 한국협회장을 맡고 있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라운드테이블 콘퍼런스 참석 중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나라를 잘살게 하겠다는 애국심에서 비롯했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협의기구도 없이 무조건 법을 만들어 밀어붙이는 방식의 영업 규제는 문제가 있다”며 “주말 휴무를 강제하기보다는 지역별로 전통시장 상황이나 장이 열리는 날을 감안해 휴무일을 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은 대기업슈퍼마켓(SSM) 문제에 대해서도 “SSM이 기존 슈퍼마켓에 비해 2∼5배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기존 슈퍼마켓은 주인이 스스로를 고용하는 데 그치지만 SSM은 물류, 판매, 품질관리를 위해 많은 인원을 고용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어 “대형마트의 진정한 사회공헌은 낙과(落果)나 버려진 배추를 팔아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배추는 30% 정도가 대형마트 납품과정에서 신선도나 맛은 큰 문제가 없지만 모양이나 색깔이 불량해 불합격 판정을 받고 버려진다. 이런 배추를 사들여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포장에 분명히 표시해 할인 판매를 하는 것이 농가를 돕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 홈플러스가 일부 점포가 입점한 부동산을 매각한 뒤 이를 임대하는 방식(세일앤드리스백)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모(母)회사인 영국 테스코가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추측이 제기된 데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홈플러스는 13년간 배당을 한 차례도 안 했다”며 “테스코로선 배당을 받기보다는 이를 재투자해 회사 주가를 높이는 일이 자본이득의 관점에서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뷰 직후 이어진 UNGC 한국 중국 일본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통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협력하는 일이 최근 영토 분쟁으로 껄끄러워진 세 나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UNGC 라운드테이블 콘퍼런스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한중일 기업인들이 CSR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기 위해 2009년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 회장과 아리마 도시오 일본협회장(전 후지제록스 회장), 황원성 중국협회 사무총장(시노펙 이사), 게오르크 겔 UNGC 사무국장, 주철기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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