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명장 3인]납품 받는 일류호텔서도 “우리가 乙, 金사장님이 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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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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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식품 김순자 사장

김순자 사장에게 김치는 그냥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궁합의 과학’이다. 국민스타화프로젝트팀 제공
김순자 사장에게 김치는 그냥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궁합의 과학’이다. 국민스타화프로젝트팀 제공
사업하는 사람들은 보통 고객이 ‘갑(甲)’이고, 자기들은 ‘을(乙)’이라고 낮춘다. 그런데 일류호텔에 김치를 납품하는 ㈜한성식품의 김순자 사장(58)은 호텔 주방장들로부터 “우리가 아니라 김 사장님이 갑”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주방장들이 행여 다른 회사 김치를 내놓으면 호텔 손님들로부터 “김치 맛이 왜 바뀌었느냐”고 항의 아닌 항의를 받기 때문이란다.

김 사장이 1986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구멍가게 수준의 김치공장을 차릴 때 종업원은 단 1명이었다. 지금은 종업원이 350여 명이다. 김 사장은 10일 “처음엔 15kg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100t 넘게 나간다. 그만큼 손님들이 우리가 만든 김치에 입맛이 들어버린 것”이라며 웃었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 김 사장은 어릴 때 알레르기가 심했다. 특히 생선에 그랬다. 그런데 유독 김치는 탈이 나지 않았다. ‘김치 편식증’까지 생겼다. 대가족이라 집에서는 수시로 김치를 담갔다. 철이 들면서부터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끝’을 그냥 넘기지 않게 됐다. 특히 어머니의 손맛을.

자신감으로 김치공장까지 차렸지만 1년 뒤 여름, 태풍 ‘셀마’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채소 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큰 적자를 냈다. 친정 집까지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다. 김 사장은 그때 처음으로 통곡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김치 사업은 다시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린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결 건조 김치의 제조 방법’ ‘누에 동충하초 포기김치 제조 방법’ ‘건강 풋마늘김치 제조 방법’ ‘통조림 및 PB 포장용기 삽입용 젓가락’ 등 20여 종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획득해 국내 여성으로는 가장 많은 김치 기술 보유자가 됐다.

무엇보다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음으로써 김치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1990년대 초반에 100여 개의 ‘건강식 김치’ 특허를 신청했는데 한국에서는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건강식 백련초 백김치’는 미국에서 특허를 내주더군요. 그래서 아예 FDA 승인 신청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초인 줄 몰랐는데 2, 3년 걸려 승인을 받고 나니 수출도 쉬워지고, 국내에서도 그제야 우리 김치를 알아주더군요.”

김 사장은 “우리는 그냥 늘 먹는 김치라고 생각하지만 외국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김치만큼 과학적인 식품이 없다’는 논문을 발표할 만큼 김치는 건강과학의 결정판”이라며 “우리가 먼저 김치의 과학을 알아야 그 존재가치를 높여 세계에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의 숙성도는 PH 4.3일 때가 가장 좋다며 “새콤하면서도 아삭거리고, 끝에 찡하는 맛이 날 때”라고 덧붙였다.

올해 3월 경기 부천 영상문화단지 내 공방거리에 ‘김치 테마파크’를 개관한 김 사장은 “이제 외국의 최고 주방장들이 우리 김치를 배우러 올 날이 머지않았다”며 기뻐했다.

■ 2012년 우수 숙련기술인 국민스타 3인


김대인 ㈜대흥제과제빵기계 대표(명장)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명장)
이건희 ㈜단디메카 대표(국제기능올림픽 수상)

김창혁 기자 chang@donga.com
#스타 명장#한성식품#김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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