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 ‘멘토링 코스’ 대학생들의 역발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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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모두 실버-그레이는 아니죠”

‘이노션 멘토링 코스’의 하나로 사회적기업의 광고 제작을 맡은 대학생들과 모델이 된 어르신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주황색 스키니진을 입은 김정자 씨와 대학생 조성현 씨, 대학생 오정연 씨와 파란색 스키니진을 선택한 강인석 씨. 이노션 월드와이드 제공
‘이노션 멘토링 코스’의 하나로 사회적기업의 광고 제작을 맡은 대학생들과 모델이 된 어르신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주황색 스키니진을 입은 김정자 씨와 대학생 조성현 씨, 대학생 오정연 씨와 파란색 스키니진을 선택한 강인석 씨. 이노션 월드와이드 제공
“혹시 이 포즈 가능하시겠어요?”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사진 스튜디오. 파란색 스키니진을 입은 모델에게 대학생 김성은 씨(22)가 아이돌 가수들이 팔짝 뛰고 있는 사진을 내보였다.

“못할 거 뭐 있나….”

모델은 들고 있던 축구공을 내려놓고 팔을 번쩍 들었다. 그러고는 축구화를 들었다가, 선글라스를 꼈다가, 팔목에 스포츠 밴드를 두르는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쉬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모델은 일흔 두 살인 강인석 씨. 그는 이날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시니어케어 서비스 업체인 ‘비지팅앤젤스’의 광고 모델로 나섰다.

강 씨는 “마음이 아직 40대라서 할아버지보다 아저씨로 불리는 게 훨씬 좋다”며 “우리도 페이스북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실버로 묶이는 것이 싫다. 이렇게 개성을 살리고 사진을 찍어 보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광고 제작자로 나선 사람들은 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이노션 멘토링 코스’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4명. ‘멘토링 코스’는 대학생과 광고 전문가가 함께 사회적기업의 광고를 공짜로 만들어 주고, 대학생들에겐 장학금을 지급하는 이노션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시각디자인 담당인 김 씨 외에도 팀장인 기하야진(21), 프로모션 담당 조성현(24), 카피 및 소품 담당 오정연 씨(20)가 역할을 나눠 팀을 이뤘고 배성민 이노션 차장이 멘토로 참여했다. 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색깔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했다.

기 씨는 “팀원끼리 논의하면서 ‘왜 어르신은 무조건 실버나 그레이로 표현할까’라는 말이 나왔다”며 “어르신들도 젊었을 땐 나팔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우리처럼 명동거리를 활보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디자인 담당 김 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비주얼’을 뻔하지 않게 담아 보고 싶어 어르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색깔의 스키니진을 동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막상 촬영일이 다가오자 덜컥 걱정도 됐다. 조 씨는 “서울 강남역 일대를 7시간 동안 돌아다녀 스키니진과 머리띠, 헤어밴드 등을 샀는데 어르신들이 ‘너무 과하다’며 피하실까봐 잠이 안 왔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날 광고모델이 된 강 씨와 김정자 씨(70)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젊은 시절 주황색을 좋아해 주황색 스키니진을 입고, 머리띠를 한 김 씨는 “젊은 친구들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기특하다. 우리 늙은이들은 별로 취향이 없는 거 같지만 체면 때문에 못하는 게 많을 뿐”이라며 웃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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