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 3.0]철저한 위생-완벽한 품질… 매출 1조5000억의 원동력

  • 동아일보

파리크라상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경기 평택시 추팔공업단지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은 7만6304m² 용지에 공장면적만 5만2237m²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의 ‘빵 공장’이다. 32개 라인에서 367개 품목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하루 최대 생산능력은 380만 개. 이처럼 많은 빵을 만들어내 매일 전국 3000여 곳의 공장에 배달하면서도 한결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17일 오후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금속검출기·X레이 동원한 위생관리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전에 에어샤워를 하고 있다. SPC그룹 제공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전에 에어샤워를 하고 있다. SPC그룹 제공
공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장 측에서 준비한 신발로 갈아 신는 일이었다. 위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식품업체인 까닭에, 공장 입구 현관에는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공장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실내화를 보관할 신발장이 준비돼 있었다.

첨단 정보기술(IT) 업체 공장의 근무복을 연상시키는 위생 근무복을 입고 마스크와 머리카락을 감싸는 위생모를 쓴 뒤에야 생산라인 출입구 앞에 다가갈 수 있었다. 바람으로 온몸을 세척하는 에어샤워를 통과한 뒤 알코올로 손을 소독할 것을 요구받았다.

공장 안내를 맡은 정명종 공장장(상무)은 “생산라인에 들어서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공장 안에는 파리 한 마리도 숨어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정은 빵 공장에 최적화한 자동화시스템으로 관리됐다. 빵의 원료인 설탕과 전지분유, 천일염 등 20여 종의 분말 재료는 2층 구조로 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계량이 이루어졌다. 재료를 계량하는 2층 구조의 사일로에는 미세한 이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거름망과 금속성 물질을 선별하는 자석이 달려있어 이물질이 섞이는 것을 공정의 첫 단계부터 걸러낼 수 있도록 돼있었다.

호두와 건포도처럼 이물질이 섞일확률이 높은 원료는 높은 조도의 형광등이 설치된 원료이물 선별컨베이어 벨트에서 근무자들이 일일이 육안으로 이물질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쳤다. 컨베이어 벨트의 끝에는 자석봉과 금속검출기를 설치해 사람의 눈을 피해 빠져나간 이물질을 걸러내고 있었다.

제조공정에는 X레이 검출기까지 설치돼있었다. 플라스틱, 돌, 금속 등 단단한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서였다.

정 공장장은 “금속검출기 37대와 X레이 검출기 5대가 전 공정을 빠짐없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선한 맛의 비밀은 ‘휴면생지’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에는 곳곳에 과학이 녹아 있었다. 공장 내 100여 곳에 설치된 자동온도 감지 센서는 미리 설정해놓은 온도 값을 벗어나면 이를 자동으로 근무자가 알 수 있도록 돼있다.

또 공정 곳곳에는 자동 계근장치(무게를 재는 장치)가 설치돼 있어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의 양이 표준 레시피에 따라 정확하게 투입되도록 관리했다.

이 같은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의 과학에서 핵심은 ‘휴면생지’다. 빵을 오븐에 굽기 직전의 반제품 상태인 생지로 만든 뒤, 이를 영하 30∼35도로 급속 냉동해 잠든 상태(휴면)로 만드는 것이다. 빵을 부풀게 만드는 성분인 효모를 일시적으로 잠재워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이 기술은 파리바게뜨의 전국 매장으로 생지가 배달되는 동안 품질을 온전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이 기술은 매일매일 영업상황에 따라 구워내는 빵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휴면생지는 직접 반죽을 해서 구워내는 수제빵과 비교해도 식감과 맛,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택공장은 이처럼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뒤에도 품질관리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휴면생지를 일일이 빵으로 구워내 테이스팅하는 일을 잊지 않고 있다. 이 공장에서 한 차례의 원료 배합을 통해 만드는 빵은 2000개 정도. 평택공장은 배합마다 하나씩의 생지를 무작위로 골라내 공장 내에 있는 오븐에서 직접 구워낸다. 하나의 생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2000개의 생지를 폐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다.

베이커리로만 연간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파리바게뜨의 저력은 이 같은 꼼꼼함과 치밀함에 숨어 있었다.

평택=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