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기의 보급으로 대학생들이 방을 구하는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학가에 붙은 하숙 전단이나 부동산 광고를 보고 방을 구하는 종전 방식(왼쪽) 대신 발품을 팔지 않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방식(오른쪽)이 확산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연세대 3학년인 백모 씨(22)는 얼마 전 자취방을 구했다. 방이 마음에 드는 데다 중개업수수료가 들지 않아 흐뭇하다.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서 방을 찾은 뒤 집주인과 바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백 씨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발품 팔 필요가 없다”며 “방 구하기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는 친구도 있다”고 소개했다.
2학기 개강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대학생들의 방 구하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대학가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한산하다. 대학생들이 부동산 대신 인터넷과 손안의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까닭이다.
이런 방식은 앉은 자리에서 실내구조와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중개수수료도 아낄 수 있어 대학가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지만 직접 생활하는 방을 선택할 때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기대는 ‘디지털 의존증’이 자칫 부실한 거래로 이어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을 구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스마트폰 앱으로는 채널브리즈의 ‘직방’과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샤방(서울대 방 구하기)’이 대표적이다. ‘샤방’은 서울대 인근 원룸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개업소나 세를 놓으려는 주인이 사진과 정보를 올리는 방식이다.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000명 이상이 이 앱을 내려받았다.
채널브리즈는 앞으로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다른 대학교의 맞춤형 앱도 제작할 예정이다. 석훈 채널브리즈 이사는 “현재 관악구로 제한된 서비스 제공 지역을 연말까지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별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직거래도 활발하다.
고려대 ‘고파스’, 연세대 ‘세연넷’, 이화여대 ‘이화이언’ 등에 휴학, 졸업 등의 이유로 방을 빼는 학생이 건물 위치와 방 내부 사진, 본인의 전화번호와 건물주 전화번호를 올리면 방을 구하는 학생이 연락하는 식이다.
고려대생들의 커뮤니티인 ‘고파스’ 내 벼룩시장 게시판에는 방을 내놓는 학생들의 글이 하루 평균 20개씩 올라온다. 학번 등을 인증해야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신뢰가 높아 부동산 직거래 전문사이트보다 더 환영받고 있다.
이런 변화 탓에 대학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울상이다. 부동산 불황기에 ‘인터넷’이라는 적수까지 나타나 고객이 급감한 것. 그동안 벽보로 학생 수요자를 찾던 건물주들도 인터넷 마케팅이 낯설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후문 인근의 W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대학생들은 방을 구할 때 부동산을 거의 찾지 않는다”며 “부동산에 와서 방을 보고는 바로 해당 건물에 찾아가 직거래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이 중개업소를 대신하면서 학생들의 피해 우려도 적지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물건을 편리하게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물건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직거래에 나설 때에는 누가 집주인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거액의 근저당이 설정되었는지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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