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인사-노무 임원회의 이례적 공지… 기업들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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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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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버림받고 고아 된 느낌”

심각한 기업 임원들 17일 회동한 30대 그룹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목소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심각한 기업 임원들 17일 회동한 30대 그룹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목소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자 위기의식을 느낀 30대 그룹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이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도로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경총은 이례적으로 이런 회의를 연다는 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알리고, 이날 회동 일부도 공개했다.

모임 관계자는 “30대 그룹이 한데 모였다는 것 자체가 메시지”라며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위력시위’인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모임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두산, 롯데 등 주요 그룹 인사·노무 담당 임원 32명이 참석했다. 예상보다 참석률이 높아 부랴부랴 자리를 추가로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경총 측은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이 매달 정례 모임을 열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사전에 모임을 공지하고 기자들을 부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통상 이들의 정례 모임은 40분 정도 걸렸지만 이날은 1시간 40분 이상 진행됐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모두(冒頭) 발언에서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편승해 여야 할 것 없이 기업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표출하다 보니 마치 부모 양쪽으로부터 버림받아 고아가 된 듯한 느낌”이라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모임을 열었다”고 말했다.

경총은 이날 공식 자료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어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가 이렇게 모인다고 정치권의 태도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여론은 ‘대기업들이 정말 힘든가 보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각 그룹을 대표해 참석한 임원들은 회의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경총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9대 국회 출범 이후 발의된 친노동계 법안들에 관해서는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기는 어렵겠지만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들을 의식한 법안을 더 많이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오갔다.

김 부회장은 브리핑에서 “기업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과 앞으로 더 자주 모이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민주화 논란에 대한 기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경제5단체는 다음 달에는 회장단 회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경제민주화#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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