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OLED 자존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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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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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범죄 행위”-LG “동향 파악” OLED 기술 유출 놓고 날선 공방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유출 건에 대해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두 회사는 각각 ‘사과와 재발 방지’, ‘명예훼손 고소’를 주장하며 자존심을 건 승부를 벌일 태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심재부 상무는 16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건으로 OLED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개발 과정이 모두 유출됐다”며 “LG디스플레이 전사(全社) 차원의 조직적 범죄 행위”라며 LG디스플레이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유출”이라며 “이를 심각한 범죄행위로 인식하고 강력한 법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이번에 유출된 기술의 개발에 1조2000억 원이 투입됐으며,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회사의 이방수 전무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삼성 측이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정보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일반적인 영업과 기술개발 동향 정도”라며 “삼성 측이 의미와 규모, 심각성 등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주요 영업비밀 유출 사건에서 관계자들이 대거 구속 기소됐지만 이번 사건에는 한 명도 구속된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이처럼 대립하는 까닭은 대형 OLED 패널의 양산을 앞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을 처음 양산했으며, 현재 세계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분야의 후발주자이지만 지난주 지식경제부의 국책 과제에 삼성을 제치고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대형 OLED 패널의 양산은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수율 등 기술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들은 OLED TV의 빠른 출시를 위해 실무진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은 경쟁사보다 무조건 빨리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며 박차를 가하고 있고, LG는 구본무 그룹 회장이 지난달에도 “미래 시장을 선점할 원천기술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라”며 OLED TV 출시를 재촉한 바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OLED기술 유출#삼성#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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