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소비자 운동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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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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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확인도 않고 ‘결제 거부’… 카드사엔 협박과 다름없어

유성열 경제부 기자
유성열 경제부 기자
골목상권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이 롯데카드를 상대로 결제거부 운동을 예고했다가 27일 철회했다. 롯데카드가 회원제 할인마트인 ‘빅마켓’과 1.5% 이하의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 철회의 이유였다. 겉으론 대화로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상공인단체들의 반복되는 ‘카드 거부’ 운동을 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롯데카드를 상대로 결제거부 운동을 공언했던 소상공인단체들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맹 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카드와 코스트코가 계약한 0.7% 수준으로 롯데카드와 빅마켓도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롯데카드는 “아직 계약을 맺지 않았으며 계약을 하더라도 다른 대형마트와 같은 1.5∼1.7%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대형 가맹점과 중소 가맹점 간 수수료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문도 보냈다.

연맹 관계자는 “1.5% 이하로 계약했다는 내용은 언론 보도로 알았다”며 “1.5% 이상이라면 운동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왜 확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먼저 물어볼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롯데카드는 애초부터 우리와 대화할 의지가 없었다”고 화살을 돌렸다.

소상공인단체들의 거부 운동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를 상대로 결제거부 운동을 예고했다가 “대형 가맹점에 특혜를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금융당국도 이들을 도와줄 법을 만들고 있다. 200만 자영업자를 등에 업고 힘 과시를 하는 셈이다.

반면에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거부 운동 예고는 협박을 당하는 것과 똑같다고 호소한다. 200만 자영업자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때 생기는 금전적 피해와 소비자 불편이 매우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대형 가맹점에 특혜를 주지 않도록 한 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안이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7일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1.8%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밝혔고, 관련 시행령은 다음 달 4일 발표된다. 소상공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수료율 개편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소상공인단체가 카드사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카드결제 거부’의 목소리를 높인다면 “또 거부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합리적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이익단체가 소속 회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성열 경제부 기자 ryu@donga.com
#경제 카페#롯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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