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시한폭탄 가계빚 180조’ 네 탓 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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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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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유재동 기자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꽤 많은 것은 맞는데…. 때로 우리 언론이 좀 ‘오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가계빚 문제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한 전문가가 익명을 전제로 한 얘기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빚도 마찬가지로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지나치게 위기감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은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자의 빚이다. 또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설령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돌파한다고 해도(3월 말 현재 911조 원) 갑자기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현재 우리경제를 괴롭히는 다른 요인들과 결부해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집값 하락이다. 한국경제에서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채무자들이 담보로 잡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들의 부채 건전성이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은행들이 “원금을 일부 갚지 않으면 만기연장을 해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자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급한 대로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

가계부채를 위태롭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유럽발 경제위기와의 연관성이다. 외부 충격에 의한 경기침체가 기업의 고용 악화, 개인 소득 감소로 이어지면 지금은 큰 문제가 없는 가계라도 부채 상환능력이 눈에 띄게 악화될 수 있다. 원자재값 상승과 과잉 유동성에 따른 금리상승 가능성도 가계빚의 급격한 부실화를 촉발할 만한 요소다.

이처럼 여러 가지 외부요인이 ‘퍼펙트 스톰’처럼 한꺼번에 몰려든다면 가계부채라는 오래된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민간 금융회사의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KB금융지주는 현재는 큰 문제가 없지만 미래의 경기상황에 따라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군 부채’가 75조 원, 또 이를 포함해 상환 여부가 불투명한 전체 위험부채가 180조 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본보 27일자 A1면
상환 불투명한 ‘시한폭탄 가계빚’ 180조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누적돼 온 문제다. 2000년대 초반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장려,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부동산 거품 등도 모두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빚을 권하는 사회’가 아니었는지도 돌이켜봐야 한다. 세계경제가 시계(視界) 제로인 지금 이 상황은 정부 당국자들이 책임론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가계부채는 우리 모두의 책임과 과제라는 인식을 갖고 비상하게 대응해 나갈 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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