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석유를 실어 나르는 선박에 대한 보험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정부가 원유 수송에 직접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힐 것에 대비해 수출쿼터제를 시행하고 수출지역 다변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EU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25일(현지 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이란산 석유 금수(禁輸) 및 선박보험 중단 조치를 7월 1일부터 발효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대표단을 EU에 파견해 선박보험 중단 유예를 요청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리나라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미국 국방수권법의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EU가 선박보험을 중단하면 이란을 오가는 유조선의 항해가 막혀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이란의 원유를 수입한 대가로 지불한 금액만큼 수출대금을 회수하는 결제구조 때문이다.
정부는 EU의 재보험회사들을 대신해 이란산 원유 수송에 직접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EU와 협상을 벌일 때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지급보증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뀐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는 방안을 본격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험 규모가 최대 70억 달러에 이르고, 지급보증이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부채인 만큼 먼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은 정부가 선박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을 최근 통과시켜 유조선을 계속 띄울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세여서 EU의 조치 때문에 국내 기름값이 크게 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온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들은 지난해 연간 수입량의 9.4%(8720만 배럴)에 이르던 수입물량을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다만 겨울 난방시즌이 돌아오고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 이번 조치가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유종(油種)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석유제품 수출량을 조절해 내수 공급에 우선순위를 둘 방침이다.
정부는 2700여 개에 이르는 대이란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더 우려한다. 현재 결제계좌에 남은 잔액을 감안할 때 올해 말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내년 이후가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6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기업별 거래 규모를 따져 수출한도를 정해주는 수출쿼터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와 KOTRA는 또 이란산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란을 대체할 수 있는 터키 등 중동 국가로의 수출처 다변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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