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90년대 일본처럼 오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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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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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美프린스턴대 교수 “그리스 탈퇴 시간 문제… 한국 금리인하 할 시기”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사진)는 14일 “현재의 유로존 위기는 1990년대의 일본식 장기 위기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위기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사태처럼 흘러가도록 두고 보진 않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건전성 위기, 즉 일본식의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아 있기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고 이 모순이 유지될 순 없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시간문제”라며 “다만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탈퇴할까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이번 위기를 재정위기가 아닌 ‘자본 유출입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재 유럽 국가 중 방만한 재정으로 위기를 겪는 나라는 그리스밖에 없다”며 “국가 간 자본이동이 늘어났고 특히 자금이 많이 유입된 스페인 등에선 부동산을 통해 은행 부문의 위기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유럽 위기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예금보험 및 금융감독 제도를 통합하는 은행동맹(뱅킹유니언·banking union)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신 교수는 한국의 기준금리 논란과 관련해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내려야 하는 시기”라며 “선진국이 제로금리나 통화확장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외부 자금을 유입시켜 국내 유동성만 부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지난 위기들을 거치면서 유럽계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회수될 만큼 많이 회수됐고 한국의 외채 상황도 좋아졌다”며 “다만 실물 부문의 충격에 대해서는 더 고삐를 죄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만약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에서 한국이 지금 실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썼더라면 현재의 위기를 조금이나마 잘 견뎠을 것”이라며 “요즘 선진국에서도 한국처럼 위기를 겪어봤던 나라에서 쓰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한편 신 교수는 이날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은행들의 위험선호를 높인다”며 “향후 흐름이 바뀌면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 은행과 채무자가 심각한 외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현송#유로존#그리스#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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