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수합병(M&A)시장에 장기 표류하는 중견건설사가 늘고 있다. 최근 여러 중견건설사가 재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수차례 고배를 마신 회사가 대부분이라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해지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M&A시장에서 장기 표류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단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중견건설사들의 M&A시장 노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소지움’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신성건설은 지난달 29일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200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세 번째 시도다. 신성건설은 한때 도급순위 41위까지 올랐지만 매각조건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매각이 연거푸 불발됐다. 신성건설은 “8월 말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M&A가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시장의 냉랭한 반응 앞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4월 인수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매각이 한 차례 불발됐던 성원건설도 조만간 매각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최근 매각 관할기관인 수원지방법원에서 M&A 추진 허가를 받았다. 매각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르면 8월에 유찰 원인이 됐던 높은 매각가격을 낮추고 재매각 공고를 낼 방침이다.
벽산건설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의향서(LOI)를 낸 기업이 한 곳도 없을 경우 신용도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지난달 중순 공개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매각 방식을 전환했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아직까지 별 진전은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남광토건, LIG건설 등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현재 매물로 나온 중견 건설사들이 새 주인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매각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차별화된 기술이나 상품을 보유하고 있거나 두둑한 수주 잔액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매물로 나온 중견 건설사들이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 김민형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 건설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며 “당분간 건설업계 M&A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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