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미래 시장을 선점할 원천기술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라”고 특명을 내렸다. 차별화된 독자 기술 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주요 계열사들은 5일부터 한 달간 계속되는 그룹 중장기 전략보고회의에서 매년 제출하는 R&D 전략 외에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별도로 보고해야 한다.
8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중장기 전략보고회의에 참석하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 등 핵심 경영진에 이같이 지시했다. 특히 LG전자에 “스마트폰과 스마트TV용 차세대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 계획을 제출하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중장기 전략보고회의는 구 회장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일대일로 중장기 사업전략을 보고받고 논의하는 자리로, CEO들이 밤새워 공부하며 치밀하게 회의를 준비한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경영진의 비전과 투자계획, 재원 및 핵심인재 확보 방안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범용 기술로는 차별화된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보고 원천기술 확보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소비 위축에 이어 환율과 국제 원자재가격 불안 등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이번 보고회의에서 핵심사업인 스마트폰과 스마트TV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및 인력확보 계획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올해 임원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해당 분야 연구·전문위원 34명을 이미 선발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분야를, LG화학은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및 전자부품 소재 원천기술 확보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지주회사인 ㈜LG는 각 계열사가 제출한 원천기술 확보 계획을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기술기획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기술협의회와 계열사 간 R&D 협업을 조율할 시너지팀을 구성하며 ‘R&D 관제탑’의 진용을 갖췄다.
올해 ‘뼛속까지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구 회장은 1960년대 국내 최초로 냉장고, 에어컨, 흑백TV 생산에 성공한 구인회 창업주의 정신을 잇는 R&D 역량 강화를 통한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R&D 핵심인력 확보를 위해 직접 미국행에 나설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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