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승자의 저주’ 절제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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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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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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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승자가 되기를 갈망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다른 사람을 눌러 승진하고 공모전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1등을 쟁취하는 것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국가 간 전쟁, 기업 간 경쟁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때에 따라 승자가 돼도 상처뿐인 영광인 경우도 많다. 국회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면 장관 자리에 오르더라도 평판은 이미 땅에 떨어진 다음이다. 미술품 경매장에서 분위기에 들떠 높은 가격을 불러 낙찰을 받았어도 나중에 너무 비싸게 샀다는 사실을 알면 후회만 가득하다. ‘승자의 저주’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 에너지 회사가 개념을 만든 승자의 저주

석유 시추권을 놓고 여러 기업이 경합을 벌일 때 석유가 적게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기업은 입찰 가격을 낮게 부를 것이고 석유 매장량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기업은 입찰 가격을 높게 부를 것이다. 당연히 경매에서는 가격을 높게 부른 기업이 승리한다. 과연 실제 매장량은 어떨까.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추정하는 매장량의 평균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낙찰 받은 기업은 승자가 되기는 했지만 막상 시추를 해본 다음에는 자신의 예상보다 석유가 적게 나와 손실을 입을 확률이 높다. 이것이 바로 승자의 저주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개념은 미국 에너지 회사 애틀랜틱리치필드(ARCO)사의 기술자들이 197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소개됐다. 1954∼1969년 멕시코 만에서 이뤄진 1223개의 석유 시추권 임대 결과를 보면 62%의 시추 지역에서는 석유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16% 지역에서는 석유가 나오기는 했지만 세후 이익에서 손실을 보았다. 22% 지역에서만 수익성이 났는데 세후 수익률은 18.74%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손실이 났던 것이다.

○ 승자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2010년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불럭은 수상 이후 남편의 외도 때문에 이혼했다. 2009년에 영화 ‘더 리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즐릿도, 영화 ‘앙코르(Walk The Line)’로 2006년 여우주연상을 받은 리스 위더스푼도 수상 후 이혼했다. 힐러리 스왱크, 줄리아 로버츠, 핼리 베리, 기네스 팰트로, 샬리즈 시어런 등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에 배우자 혹은 연인과 결별했다. 최근 12년간 무려 9명의 배우가 오스카의 저주의 희생자가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오스카상을 받은 후 여배우들의 지위가 갑자기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남자 배우자가 부인의 성공에 스트레스를 받아 외도를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부인의 바빠진 일정 때문에 가족과 멀어져 결혼 생활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스카의 저주’와 같은 승자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승자가 되고 나서 이루려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 현재 자신이 속한 기업이 목표로 했던 기업을 인수했을 때 전략상 부합하고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는지 봐야 한다. 특정 기업을 인수하는 데 실패한 뒤 확보돼 있는 자금으로 충분한 고려 없이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한 경우는 많다.

둘째, 승자가 되기 전 자신의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 기업은 인수합병에 나서기 전에 자금 상황이 충분치 않은데 무모하게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잘 판단해야 한다. 셋째, 승자가 되는 과정에서 지나친 부정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경쟁 과정에서는 역량 있는 경쟁자와의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 비열한 방법을 쓰면 승자가 될 수는 있으나 그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 넷째, 승자가 된 다음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승자가 되기 전에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인수 후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문화가 충돌하거나 의사소통이 부족해 직원들이 전직해 버린다면 시너지는커녕 인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마지막으로, 승자가 된 후에도 여전히 평정심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막상 승자가 되면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비이성적으로 판단하며 비리를 저지르기 쉽다. 그러면 결국 신뢰를 잃어 조직원과 주위 이해관계자들에게 협공을 받아 무너지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르네상스 때 메디치 가문을 크게 일으켰던 코시모 데 메디치는 자신을 가다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런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언제나 당나귀를 타고 이동했다.

○ 계영배를 주위에

과거 중국 춘추시대의 오패(五(패,백)) 중 한 사람인 제나라 환공은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울 수 없도록 한 계영배(戒盈杯)를 애용했다. 술잔을 7할까지 채울 때는 괜찮지만 그 이상을 채우면 술이 밑구멍으로 빠져나가는 술잔이었다. 과욕을 자제하기 위해 환공은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봤다고 한다. 평소에 욕심이 넘친다고 생각하면 승자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영배를 주위에 두면 좋을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컨설팅 대표이사 mjkim8966@hanmail.net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이 기사의 전문은 DBR 106호(6월 1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6호(2012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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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성공’ 뒤엔 성인고객들이…

▼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레고는 수십 년 동안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블록을 개발했다. 하지만 성인 중에서도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이 회사 관리자들은 성인 고객층의 아이디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사용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했다. 레고를 좋아하는 성인 팬들은 레고가 10대와 성인을 목표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장려했다. 레고는 레고 스타워즈, 레고 마인드스톰 등 연령대가 좀 더 높은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고 결국 큰 성과를 거뒀다. 고객과의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해 기업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레고의 성공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덕장 니미츠’ 강군육성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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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대표적 두 형태로 카리스마형과 덕장형을 꼽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경 159도를 기준으로 동쪽 전선의 지휘권을 맡았던 니미츠 제독(사진)은 전형적인 덕장형 리더다. 그는 소위에게는 중위의 임무를, 중위에게는 대위의 임무를 맡기는 식으로 부하 장병들에게 자기 상관의 임무를 훈련시켰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교육해 그가 성장하면 상급자에게는 더 좋은 자리를 알선해주고 하급자는 승진을 시킴으로써 부하 장병들의 동기를 유발했다.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이 관용과 격려로 부하 직원들을 대해 탁월한 성과를 낸 니미츠 제독의 리더십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DBR#승자의 저주#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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