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행장, SC은행장 한글이름 지은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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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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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 이해노력 높이 평가… 은행 옛 명칭 따 ‘구제일’ 명명

조준희 IBK기업은행장 (왼쪽), 리차드 힐 SC은행장 (오른쪽)
조준희 IBK기업은행장 (왼쪽), 리차드 힐 SC은행장 (오른쪽)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리차드 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의 한글 이름을 직접 지어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조 행장은 지난달 31일 “힐 행장의 성이 ‘언덕(hill)’이라는 뜻을 지녀 성은 ‘언덕 구(丘)’로, 이름은 SC은행의 옛 명칭인 제일은행의 ‘제일’을 따서 ‘구제일(丘第一)’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제일은행의 전신인 조선저축은행이 1929년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일’이라는 이름이 100년에 가까운 한국 근대사를 포괄하고 있다”며 “아쉽게도 SC은행이 행명에서 ‘제일’을 떼어 냈으니 행장의 한글이름에라도 ‘제일’을 넣어 그 역사를 기리는 게 좋지 않느냐”고 취지를 설명했다. SC은행의 모기업인 영국 SC그룹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행명에 SC 외에 다른 이름이 들어가 브랜드 통일성이 떨어진다며 올 1월 이름을 기존 SC제일은행에서 SC은행으로 바꿨다.

조 행장이 한글 이름까지 지어준 이유는 힐 행장이 한글 배우기에 열중하는 등 다른 외국인 행장과는 달리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외국인 행장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필요까진 없지만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한국 고객과 문화를 존중한다면 ‘안녕하세요’라는 말 정도는 해야 한다”며 “4년째 한국어 개인교사를 두고 있는 힐 행장은 만날 때마다 한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 대화가 즐겁다”고 했다.

앞서 올 2월 퇴임한 래리 클레인 전 외환은행장은 2009년 4월부터 3년간 한국 생활을 했지만 ‘안녕하세요’나 ‘감사합니다’ 같은 간단한 한국말 인사조차 한 적이 별로 없어 각종 행사에서 만났던 한국인 행장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힐 행장은 “2009년 SC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시중은행장 중 가장 먼저 교분을 쌓은 사람도, 각종 행사에서 가장 먼저 저를 반겨주는 사람도 조 행장”이라며 “한국 문화나 풍습은 물론 직원들과 소통하는 법에 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한글 이름까지 지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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