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부회장(왼쪽)이 한 협력회사 행사에 참석해 “롱텀에볼루션에서는 새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올해 1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경쟁은 420년 전 임진년에 이순신 장군이 10 대 1의 열세에도 왜적을 무찌른 명량대첩”이라고 언급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이순신 장군은 우리, 왜적은 경쟁 통신사를 뜻한다”며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 이후 ‘만년 꼴찌’에 머물렀지만 새로 시작하는 LTE 시장에서는 판세를 뒤집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간절함이 직원들에게까지 전달됐을까. 5개월가량 지난 현재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LTE 분야에서 확실한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이 뒤에는 한 달에 최소한 4, 5차례 전국을 돌며 대리점 사장, 협력사 직원, 휴대전화 이용자까지 직접 만나 LTE를 홍보한 이 부회장의 ‘땀’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영업사원처럼 물건을 팔러 다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LTE 전쟁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재치 있게 풀어낸 그의 어록(語錄)도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LTE 가입자 100만 명 돌파가 임박한 1월 경기 군포와 분당의 대리점을 방문해 “못 8개를 박아야 하는 대장장이가 7개만 박으면 성벽이 무너져 나라가 망할 수 있는 것처럼 마지막 2%, 1%, 0.1%까지 끝까지 완성하는 1등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에는 LG유플러스의 말단 직원들을 모아놓고 “LTE 1등과 관련해 꿈꾸는 자(dreamer)가 돼라. 그러나 허황된 꿈이 아니라 구체화된 꿈을 꾸어라”며 직원들의 패배주의를 경계하고 자신감을 북돋웠다.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3월에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과학기술혁신 최고전략과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S커브’로 옮겨 타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학에서 제품 성장주기를 나타내는 S커브의 마지막 단계인 쇠퇴기에 이르기 전에 혁신 제품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으로 LG유플러스는 LTE가 새 성장동력이라는 뜻이다.
협력사 직원들도 만났다. LTE 장비업체인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의 새 임원들을 상대로 한 4월 강연에서 이 부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는 글로벌 리더에 맞추는 것이다. LTE 분야는 한국이 세계의 리더이며, LG유플러스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현장행보는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LG유플러스의 현재 LTE 가입자는 223만 명으로 SK텔레콤(약 280만 명)에는 조금 못 미치는 확실한 2위로 자리매김했다. 이 여세를 몰아 하반기에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 처음으로 LTE에 음성통화를 탑재하는 보이스 오버 LTE(VoLTE)도 시작한다. LG유플러스 내부에서는 “CEO의 메시지가 직원들을 하나로 결집하는 효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광주의 한 대리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제 네트워크가 우위이므로 영업은 ‘조금만 더’가 아니라 특출하게 우월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1등 의식을 갖게 된 것 자체가 내게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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