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만들면 도로 더러워지니 年 31억원 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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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경유車에도 법정부담금… 年 15조 각종 부담금
전경련 “시대착오적 항목 많아… 94개 통폐합-개선을”

‘껌이 팔리면 팔릴수록 도로가 더러워질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껌을 만드는 제과업체들은 폐기물부담금을 내야 한다. 세금은 아니지만 안 낼 수 없는 돈이니 세금이나 다를 게 없다.

껌에 대한 폐기물부담금은 2000년에는 판매액의 0.27%였지만 올해는 1.8%로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롯데제과가 내는 껌 폐기물부담금은 2000년 3억 원에서 올해 31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껌 제조회사들은 “도로를 더럽힐 수 있다는 이유로 껌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도 문제가 많지만 아무 데나 껌을 뱉는 사람이 흔치 않은 요즘 부담금이 왜 오르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다”고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국민부담 경감 및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부담금 개혁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징수금액이 연간 15조 원에 이르는 94개 법정부담금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효성 없는 부담금 28개는 폐지하고 유사·중복 부담금 2개는 통폐합하며, 25개 부담금은 가산금 부과기준을 개선하면 총 1조 원 이상의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고 전경련은 예상했다.

전경련은 현행 부담금의 상당수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과도해 기업투자를 막고 소비자 이익에도 배치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기아자동차는 최근 소하리 공장에 2856억 원을 들여 7만여 m² 규모로 생산시설을 증설하려 했으나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훼손에 대해 부과되는 개발제한구역보전부담금이 184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투자를 포기했다.

1960년대부터 자동차를 만들고 있던 이 공장은 설립 당시에는 개발제한구역이 아니었으나 1970년대 초에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게 됐다.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경유차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대표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부담금’으로 꼽힌다.

기술의 발달로 최근에는 경유차가 오히려 휘발유차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연료소비효율이 높아 더 친환경적인 차량으로 각광받게 됐지만 여전히 부담금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부담금 징수 규모는 2000년 약 4조 원에서 2010년 약 14조5000억 원이 될 정도로 최근 10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2010년 기준으로 부담금 징수액은 관세(10조7000억 원)나 개별소비세(5조1000억 원), 주세(2조9000억 원)보다 많다”며 “기업에 세금이나 다름없는 부담금이 불합리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폐기물부담금#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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