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바닥 쿵쿵 내리찍더니… “OK, 소음기준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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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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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건설 주거성능연구소 가보니

《 “쿵쿵쿵, 쿵쿵쿵.” 아파트 302호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고무 타이어를 매단 중량충격기가 연신 바닥을 내리찍고 있었다. 잠시 뒤엔 ‘다닥다닥’ 하는 거슬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위치한 삼성건설 주거성능연구소 4층 ‘지능형 그린빌딩 솔루션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실내 환기실험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위치한 삼성건설 주거성능연구소 4층 ‘지능형 그린빌딩 솔루션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실내 환기실험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구두 굽 소리나 가벼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재연한 경량충격기였다. 귀가 먹먹해질 때쯤 아랫집 202호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오케이, 바닥소음 기준 충족했습니다.”

교통, 학군, 집값 등 주택을 선택할 때 기준으로 삼는 요인은 많지만 주거의 쾌적성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지난달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에 주거성능연구소를 개관한 이유다. 최남철 삼성건설 상무는 “지금까지 아파트 외관이나 실내 평면개발에 치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단열, 소음, 방수, 결로(結露)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비만 54억 원을 투입한 이 연구소는 지하 2층, 지상 4층, 총면적 2916m² 규모로 단열 소음 방수 환기 정보기술(IT) 등 5개의 실험실과 기술 자재 설비 등을 실제 상황에 맞게 검증할 수 있는 6개의 실제 주택 샘플로 구성돼 있다. 실험 장비만 38가지에 이르며 총 55개 항목에 걸쳐 실험과 검증 등을 수행한다.

1층의 ‘바닥충격실’에는 △일반 벽으로 위층 하중을 받치는 벽식구조 △기둥으로 하중을 받아내는 무량판구조 △기둥과 보가 복합된 라멘구조 등 각각의 건물이 마련돼 있다. 20t 크레인을 이용해 콘크리트 덮개를 옮겨 설치한 뒤 충격을 가하고 내부의 소음을 측정한다. 세 가지 구조물을 모두 실험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1층의 ‘단열 모크업(mockup) 실험실’에선 집 내·외부 온도 차이로 창문과 벽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현상을 줄이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발코니 확장형과 비(非)확장형 거실을 모두 갖추고 항온항습장치를 통해 외부 온도를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자유롭게 조절하고 방바닥은 실제와 같이 바닥 난방으로 시공했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창호와 벽체에 결로현상이 생기는지 연구하고 있다.

2층과 3층은 실제 주거 상황과 똑같은 주택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202호는 첨단 기술이 접목돼 있다. 거실 발코니 쪽 창문에는 스마트 투명 액정표시장치(LCD)가 설치돼 있다. 창문을 터치하면 각종 정보가 쏟아지고 햇빛을 가려주는 블라인드로도 변신한다. 열과 연기를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레인지후드, 주방누수경보시스템, 하나의 리모컨으로 집 안의 모든 설비를 작동하는 스마트 컨트롤러 등 각종 설비도 적용됐다.

에너지관리시스템과 무선위치인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환기, 냉난방시스템, 친환경 자재와 벽지 등 자재와 공법을 개량하기 위한 실험이 모두 견본주택에서 진행된다. 경량벽체를 활용한 가변형 평면 개발에 대한 검증, 외부 단열재를 시공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을 만드는 것도 연구 중이다.

삼성건설 주거성능연구소. 삼성건설 제공
삼성건설 주거성능연구소. 삼성건설 제공
이에 앞서 삼성건설은 2009년에 10년 앞을 내다본 에너지 제로주택인 ‘그린투모로’를 개관했다. 여기에서 연구한 ‘미래기술’ 가운데 2, 3년 안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과 자재를 이곳 주거성능연구소로 옮겨와 집중 연구한다. 연구 결과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골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강남 래미안 갤러리’에 전시하고 현장공사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최 상무는 “2015년까지 결로와 누수 분야에서 ‘무결점’을 달성하고 층간소음 관련 ‘1등급’ 성능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기업#건설#건축#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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