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코스피가 2,000선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 장세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주식형 펀드의 계속된 환매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주가급락으로 손해를 크게 본 펀드투자자들이 웬만큼 손실분을 만회하자 너도나도 환매 대열에 가세하면서 주가상승을 가로막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4월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5조8000억여 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펀드 잔액이 감소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돈이 더 들어온 펀드들도 있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올 1분기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펀드를 추린 결과, 'KB중소형주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NH-CA법인용액티브성장형증권투자신탁', '동부파워초이스증권식탁', '키움승부증권투자신탁' 등이 상위에 올랐다. ●'1500억 원 안팎의 작은 몸집'
단연 눈에 띄는 점은 자금 유입 상위펀드 대부분이 설정액 1500억 원 안팎의 몸집작은 중소형 펀드라는 것이다. 올 1분기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KB중소형주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은 지난해 12월 말 설정된 신생펀드로, 설정액이 540억 원에 불과하다. 또 'NH-CA법인용액티브성장형증권투자신탁'은 1087억 원, '키움승부증권투자신탁'도 293억 원이다. 자금유입 상위 10개 펀드 중에서 1000억 원 대를 넘긴 덩치 큰 펀드는 '하나UBS인베스트연금증권투자신탁'(7464억 원)뿐이었다.
전문가들은 펀드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펀드가 대형펀드보다 증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선호한다고 풀이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대형 펀드들은 종목보다는 업종을 선택해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도 펀드 몸집이 커지면 시장수익률을 앞서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 잘 알고 있어 중소형 펀드로 새롭게 눈길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특히 'KB중소형주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달 26일 현재 24.66%에 이르렀다. 'NH-CA법인용액티브성장형증권투자신탁'과 'NH-CA아이사랑적립증권투자신탁1'은 연초 이후 각각 8.10%, 8.90%의 성적을 냈다. 모두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인 6.79%를 웃돌았다.
●외국계, 중소형사 펀드가 다수
외국계거나 중소형사의 펀드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화에베레스트증권투자신탁1'이나 'HDC좋은지배구조증권투자신탁' 등은 운용사의 '브랜드 파워' 없이도 연초 이후 100억 원 넘는 자금을 끌어들였다. 대표 인기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1'(-2635억 원),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신탁 K-2'(-1343억 원) 등이 올 1분기에 뭉칫돈이 빠져나가면서 고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팀장은 "최근 2~3년 인기를 끌었던 펀드에서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는 국면"이라며 "돈을 빼 아직 몸집이 작고 덜 알려진 초기단계의 펀드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꼬마 펀드' 쏠림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이 철저히 삼성전자에 쏠려있어 삼성그룹주펀드 외에 다른 유형의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몸집이 작은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투자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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