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소비자 뒤통수 친 ‘반값 분통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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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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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뒤통수 친 ‘반값 분통TV’

최근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이 중소제조업체와 손을 잡고 내놓은 ‘반값TV’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형마트 등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대형 전자업체들의 공세에 대해 “품질과 애프터서비스(AS) 모두 대형 전자업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온전한’ 제품이고, 가격만 반값”이라고 반박해 왔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들 제품과 관련한 게시판은 부실한 AS 때문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항의글로 넘쳐 났다. “TV 고쳐 달랬더니 AS 기사가 공구도 없이 빈손으로 집에 왔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한 달째 연락을 시도했지만 AS를 못 받아서 그냥 쓰고 있다”는 등 지면 제약 때문에 미처 싣지 못하는 내용도 많았다.

기사가 본보 4일자 동아경제 1면에 소개된 이후 e메일이나 댓글을 통해 공감을 표시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경기 광주에 사는 주부 오모 씨는 “3월에 반값TV 사고 진짜 짜증났다. 연락 준다고 해서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돈 더 주더라도 대기업 제품 사는 건 다 이유가 있지요”라고 댓글을 단 소비자도 있었다.

사실 대형마트와 중소기업이 손을 잡고 내놓은 반값TV의 순기능도 적지 않았다. 복잡한 기능을 줄이는 대신 값을 줄임으로써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줬다. 대형 전자업체들을 자극해서 값이 싼 실속형 모델을 내놓게 한 것도 반값TV이다. 하지만 요즘은 제품의 품질만큼이나 AS가 중요한 시대이다. 이번처럼 물건만 팔아놓고 AS는 나 몰라라 하면 두 번 다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부실한 AS보다 더 어처구니없다고 느낀 것은 일부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의 무책임한 반응이었다. 한 온라인몰 관계자는 “하이마트에서 산 전자제품 쓰다 고장 났다고 하이마트에 고쳐놓으라고 떼쓰는 경우 봤느냐”고 오히려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무지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반값TV를 산 소비자들의 대다수는 제조업체인 중소기업보다는 유통업체의 공신력 있는 브랜드를 믿고 구매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이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소 제조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한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장선희 산업부 기자
장선희 산업부 기자
해당 제품을 제조한 중소기업도 문제가 많다. 대형마트에 반값TV를 납품한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협력업체를 쓰고 있어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면서 “중소기업이 만드는 것이니 당연히 품질이나 AS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무한경쟁시대에는 “우리는 중소기업이라서…”는 이제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장선희 산업부 기자 sun10@donga.com
#기업#유통#유통가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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