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퇴직연금 27% 30년내 고갈” 시한폭탄 안은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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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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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급자 급증-낮은 수익률에 노후보장 ‘흔들’

퇴직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도입된 일본의 후생연금(한국의 퇴직연금) 제도가 1967년 도입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연금 수급자가 보험료를 내는 현역세대보다 많아 파탄지경에 이른 연금기금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적립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고수익 고위험’ 금융상품 비중을 늘린 기금이 많지만 주먹구구식 리스크 관리로 손실이 더 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12월부터 금융업체에 퇴직금을 위탁 운용하도록 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 30년 이내 고갈 연금이 4분의 1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퇴직연금기금 578개 가운데 매년 쌓이는 적립금보다 연금지급액이 많은 적자기금이 314개로 절반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지출대로라면 10년 이내에 기금이 고갈되는 연금이 17개이고 30년 이내 기금이 고갈되는 연금은 전체의 27%에 이른다.

퇴직연금제도는 현역세대가 회사와 함께 보험료를 적립해 정년퇴직자의 연금을 충당하는데 연금수급자가 현역세대보다 많아지면서 위기에 빠진 것이다. 재정파탄이 우려되는 기금은 섬유산업이나 금속가공업, 택시 운수회사 등 옛 업종일수록 퇴직자가 느는 반면 신규 고용은 줄어 적자가 심하다. 실제로 아이치(愛知) 현에 있는 ‘오니시(尾西)모직후생연금기금’의 경우 현역세대 300명이 연급수급자 1800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라면 4년 후면 기금이 바닥난다는 게 후생노동성의 전망이다.

○ “제도 자체를 재설계해야”

일본 퇴직연금기금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모자라는 돈을 충당하기 위해 위험이 큰 고수익 금융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은 적립금을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데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고집한 결과 더 큰 적자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일본 퇴직연금기금의 설계 자체가 무리했다는 지적이다.

현행 퇴직연금제도는 일본 고도성장기인 1967년에 도입됐다. 당시 금리가 높고 주식시장도 호황이어서 목표수익률을 5.5%로 계산해 연금지급과 보험료가 책정됐다. 하지만 2007∼2008년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와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금리는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일본 퇴직연금의 지난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1.2%에 불과하다. 이처럼 목표수익과 현실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률을 좇는 투자 성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설정된 연금기금제도의 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금수급자는 연금 혜택을 줄이고 현역세대는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구조조정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 후생연금기금 ::

후생연금은 한국의 기업연금에 해당한다. 정년퇴직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종업원과 회사가 각각 보험료를 내 적립금을 충당하는데 후생연금기금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지역별 산업별로 모여 설립하고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자금을 운용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퇴직연금#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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