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망부가’…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에 남편 이름 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27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한진수호’호로 명명된 국내 최대 규모 컨테이너 사선(자기선박) 앞에 선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한진해운 제공
27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한진수호’호로 명명된 국내 최대 규모 컨테이너 사선(자기선박) 앞에 선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한진해운 제공
“나는 이 배를 ‘한진수호’로 명명하나니 이 배와 승무원 모두에게 신의 축복과 가호가 깃드소서!”

27일 오전 경남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 대모(代母·배의 이름을 붙여주고 축복해주는 역할을 하는 여성)로 참석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얼굴은 다소 상기됐다. 평소 공식행사에서는 무채색 의상이나 바지 정장을 즐겨 입던 최 회장이지만 이날만큼은 러플 장식이 달린 겨자색의 재킷에 스커트를 차려입었다. 직원들이 건네 준 꽃다발을 들고 선박 앞에 선 최 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국내 해운업계 최대 규모의 1만31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사선(자기선박) ‘한진수호’호와 용선(빌린 선박)인 ‘한진아시아’호에 대한 명명식과 출항 기념식을 가졌다.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될 ‘한진수호’호는 국내 사선으로서는 처음으로 1만 TEU를 넘어선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선박이다. 높이만 366m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0m)에 맞먹을 정도다. 또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기준에 맞춰 저유황유 탱크와 연료유 탱크 이중 선체 구조 등 최신 선박제조기술이 모두 적용됐다.

선박 이름은 최 회장의 남편인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이름을 따 지었다. 그동안 한진해운은 ‘한진베이징’ ‘한진시드니’, ‘한진파리’ 등 기항지 도시의 이름을 붙여왔다. 이번에 조 회장의 이름을 따온 것은 한진해운이 해운업계 세계 톱10, 국내 1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한 고인을 기리자는 뜻에서다. ‘한진수호’호를 기반으로 해운업계 불황을 이겨내고 한 단계 도약하자는 바람도 더해졌다. 2006년 11월 남편인 조 회장의 별세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회사 경영을 맡게 된 최 회장에게는 ‘수호’라는 이름처럼 ‘한진해운을 지켜 달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날 기념사를 맡은 김영민 사장은 “세계 해운에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때”라며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세계 최고의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조선소#한진해운#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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