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스페셜]메디치 가문 영광뒤엔 양다리 전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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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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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양다리 전술’은 긍정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이 전술을 구사하는 사람은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양다리 전술은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다.

양다리 전술은 네트워크 이론의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이란 용어와 같은 말이다. 서로 연결돼 있지 않은 A와 B 두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 C의 속성을 표현한 게 구조적 공백이란 개념이다. 양다리 전술을 구사하는 개인 혹은 기업은 두 가지 이점을 갖는다. 첫째,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A와 B 모두에게서 정보를 받기 때문에 정보의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둘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 서로를 모르는 A와 B를 대상으로 개별 협상을 진행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런 양다리 전술의 이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메디치 가문은 주변 200여 개 가문과의 관계에서 양다리 전술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 양다리 전술의 대가: 메디치 가문

르네상스시대를 연 메디치 가문은 여타 200여 개 가문과의 다양한 네트워크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지니고 있었다. 메디치 가문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전통적 귀족 가문들과 결혼 관계를 맺었다. 심지어 메디치 가문과 정적 관계였던 구 귀족 가문과의 혼인도 꺼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부류의 가문과는 결혼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가문과의 혼사로 인해 지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메디치 가문은 사업과 관련해서는 신흥계급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신흥계급은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메디치가에 도움을 줬지만 신분 상승에는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메디치 가문은 결혼과 사업을 분리했다. 결혼한 가문과는 사업을 하지 않았으며 사업 관계가 있는 집안과는 결혼 인맥을 유지하지 않았다. 메디치 가문은 통제하기 위해 분할하는 방식을 고수했으며 전통 귀족 가문 및 신흥 가문과 서로 다른 관계를 유지하는 전형적인 양다리 전술을 구사했다. 결국 결혼과 사업 관계를 통해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 전체 가문들의 연결망 중심에 설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 양다리 전술 네트워크의 특징


양다리 전술은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돼 연결이 힘든 개인 혹은 집단을 연결할 때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현실에서도 다양한 양다리 전술의 사례를 접할 수 있다. 한 예를 들면 최근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MS윈도폰(망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양다리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래에 어느 쪽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한쪽의 모바일 운영체계만 고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일지 모른다. 이러한 양다리 전술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의 기본적인 원칙을 훼손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양다리 전술은 유연한 시장 대응이라는 이점을 누리면서 동시에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어하는 효과적인 위험 회피 전략이 될 수 있다.

뚜렷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예측 가능한 전략적 게임에 자신을 구속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메디치 가문은 구조적 공백에서 오는 전략적 자유를 바탕으로 양다리 전술을 구사하면서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가질 수 있었다. 한쪽에 모든 것을 거는 전술은 자신의 행동반경과 선택의 폭을 좁혀 급변하는 환경에서 조직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도 자신의 영향력을 잃지 않으며 양다리 전술의 이점인 정보와 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넣은 메디치 가문의 강건한 행위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층 빛을 발했다.

양다리 전술은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흐르게 하고 혁신을 가능케 하며 통제를 효율적으로 한다. 많은 사람이 이념적 순수성에 바탕을 둔 순혈주의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속박되지만 양다리 전술을 구사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는다.

김태영 성균관대 SKK GSB 교수 mn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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