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수입과일 담당 문상윤 과장은 요즘 바나나를 국내로 들여올 해외 농장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 과일 1위인 바나나는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 중 99% 이상이 필리핀에서 생산된 것인데 산지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오른 데다 비싼 값을 주고도 물량을 충분히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중국인 입맛 따라 춤추는 물가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바나나가 ‘귀한 몸’이 된 것은 중국의 바나나 소비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중국 내 95개 점포에서 바나나 매출은 올해 들어 11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늘었다. 중국의 바나나 소비가 늘면서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은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올해 1월 수입량이 2만577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7692t에 비해 7% 줄었을 정도다.
이 같은 수입물량 감소에 국내산 감귤 가격 상승 여파까지 겹치며 롯데마트 국내 매장에서는 2월 수입 과일 월간 매출에서 오렌지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바나나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 과장은 “베트남 등지에서 필리핀산(産)을 대체할 바나나 수입처를 찾고 있지만 당분간 바나나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산물은 ‘피시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이미 중국인의 입맛 변화에 따라 꾸준하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하명균 CJ프레시웨이 수산상품 담당 바이어는 최근 연어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kg당 6000원에 불과했던 칠레산 연어 가격은 중국 상인들의 대량구매가 늘어난 데다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최근 8000원까지 올랐다.
하 바이어는 “칠레의 한 수산업체는 원래 중국 수출량이 한 달에 100∼150t이었지만 요즘에는 비슷한 물량을 매주 중국으로 실어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모피 가격도 ‘차이나플레이션’
중국의 소비가 늘며 가격이 오르는 ‘차이나플레이션’은 농수산물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올해 초 캐나다 토론토에서 ‘노스 아메리카 퍼 옥션스(NAFA)’가 주최한 북미 최대 옥션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파 블랙 모피 가격이 전년에 비해 10% 이상 올랐다. 지난해에는 300명 정도였던 중국인 경매인이 올해는 500여 명으로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중국의 모피 소비 증가를 감안할 때 이달 말 미국 시애틀에서 ‘시애틀 퍼 익스체인지’가 여는 옥션에서 모피의 일종인 ‘블랙 그라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원피 가격 상승은 국내 모피제품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7월 이후 판매될 신상품들은 오른 원피가격을 반영하면 최소 5% 이상 판매가를 올려야 할 것”이라며 “그나마 국내 업체들이 원피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10월 이후에는 모피류 가격이 크게 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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