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유모 씨(55)는 최근 자신이 쓰고 있는 카드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액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바뀌어 훗날 상환해도 되는 ‘리볼빙(revolving)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권유였다.
유 씨는 망설이다 가입했다. 매달 300여만 원씩 카드를 쓰고도 연체한 적은 없었지만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 씨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싶었고 상환능력 안에서만 이용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연체 위험 피할 수 있지만….
리볼빙은 연체를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리볼빙 적용 비율을 10%로 설정해 놓았다면 결제금액이 100만 원일 경우 10만 원만 결제해도 연체가 되지 않는다.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없고 나머지 90만 원은 다음 달에 갚으면 된다.
그러나 섣불리 가입했다가는 연체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월된 금액에 대해 현금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인 최고 20% 후반대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 수수료율은 6%대지만 이는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사람이 이용할 때만 해당한다. 결국 리볼빙을 주로 이용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연체’라는 이슬비를 피하려다 ‘파산’이라는 폭풍을 만날 수도 있는 셈이다.
카드사들은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리볼빙 마케팅’에 나섰다. 수수료율이 높아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개인도 연체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너도나도 가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볼빙 이용 잔액은 2007년 3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6조 원을 넘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새 금맥을 찾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리볼빙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금융당국의 압력이 거세지자 카드사들은 보수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삼성카드는 올해 초부터 신규 가입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고 기존 가입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가입 기준을 강화해 우량고객들만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신용등급 평가를 강화시킨 것과 함께 나이 제한도 높였다. 아주 어리거나 나이가 아주 많은 고객들은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계획적으로
KB국민카드는 ‘페이플랜’이란 이름으로 리볼빙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결제금액 가운데 10∼100%로 리볼빙 금액을 정해 소액을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다음 달로 자동 이월된다. 신규회원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연체 중이거나 거래정지 기록이 있는 고객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신한카드는 매월 결제금액의 5∼100% 가운데 1% 단위로 리볼빙 금액을 정해 상환하는 방식이 있고 본인이 선택한 거래에 한해서만 리볼빙을 할 수도 있다. 결제일 2일 전까지 콜센터나 홈페이지로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약정기간이 끝나거나 2회 이상 연체하면 리볼빙 약정이 자동 해지된다. 본인의 수수료율은 콜센터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만 리볼빙을 이용하고 약관과 금리, 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결제자금이 생기면 그때그때 미리 결제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본인의 신용등급이 6, 7등급 밑으로 떨어지면 리볼빙 금액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므로 신용등급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