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세대, 스마트 창업]<下>창업 네트워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벤처 1세대, 스마트세대 ‘천사’ 되다

‘프라이머 데모데이, 고벤처 포럼, 스마트 인큐베이터….’

이름조차 생소한 모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 사업가들과 투자자들이 만나는 행사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는 이곳에서 함께 창업의 꿈을 꾸는 동료들의 지적과 비판에 따라 보석으로 연마되고 투자자의 네트워크와 조언은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성장시킨다.

곧 외국으로 수출될 예정인 디자인 소프트웨어 ‘코디네이터’를 만든 벤처기업 위트스튜디오의 김대욱 대표(24)도 이런 식으로 서비스를 가다듬어 왔다. 프라이머 데모데이를 통해서였다. 김 대표가 만든 건 유명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미국 어도비의 ‘포토샵’과 경쟁할 소프트웨어다. 회사 규모나 매출로 보면 위트스튜디오와 어도비는 ‘다윗과 골리앗’에 가깝다. 하지만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다고 했다. 제품이 틈새시장을 노렸고, 세계시장 진출을 돕는 멘토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 벤처 1세대, 스마트 세대의 지원군


김 대표가 얘기한 멘토는 프라이머라는 에인절 투자자 모임이다. 온라인 전자결제 소프트웨어 업체인 이니시스의 전 대표였던 권도균 씨를 비롯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인 이재웅 이택경 씨, 부가벤처스의 송영길 대표 등이 만든 프라이머는 일종의 민간 창업지원센터다. 자신들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의도에서 만든 모임이기 때문이다.

이택경 씨는 “우리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1995년 당시에는 경영 일반에서부터 판로 개척까지 모든 난관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했다”며 “우리가 겪은 실패담을 젊은 세대와 공유해 이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도록 돕고 싶었다”고 했다.

프라이머는 사업 아이템을 수립하는 단계는 물론이고 완성된 제품의 판로를 개척하는 일까지 도와준다. 사람을 소개해주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위트스튜디오의 김 대표는 “처음에는 아이템만 좋으면 사업은 성공한다고 생각했지만 경영이나 인재영입 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며 “프라이머 덕분에 험한 세상에서 ‘내 편’을 얻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 네트워크형 창업가들


이런 창업을 돕는 네트워크 모임이 국내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지역 모임, 자발적인 사업가 모임이 활성화돼 있는 것과 유사하다. 2000년대 초 ‘인터넷 버블’ 당시에도 국내에 에인절 투자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묻지 마 투자’였다.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따르면 개인투자확인서 발급 기준으로 2000년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액은 5493억 원이었지만 ‘눈먼 돈’은 버블이 터진 그 이듬해 3409억 원으로 급감했고 2010년에는 326억 원에 머물렀다.

이들 묻지 마 투자자들은 사라졌지만 대신 실질적인 도움이 생겼다. 선배 창업자들의 ‘인큐베이팅’이 늘어난 덕분이다. 서울벤처인큐베이터는 최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스마트 인큐베이터’라는 공간을 마련하고 넷다이버의 이준호 대표 같은 선배 창업가를 모아 멘토 그룹을 구성했다.

V포럼의 배인탁 서울대 객원교수는 “벤처가 실패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며 “선배들이 실패 경험을 나누고 소액을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스마트 세대의 창업 실패 확률이 조금이나마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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