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씨 소장 내기전 CJ가 먼저 소송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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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 법률대리인 ‘화우’… “CJ가 訴포기해 李씨 설득”CJ“소송준비 사실 아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 전에 CJ그룹도 이미 같은 내용의 소송을 검토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본보 24일자 A14면 CJ “ 누구 지시로 뒤 밟았나”…

이맹희 전 회장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에 따르면 CJ는 이재현 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차명재산 상속분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내기 이전에 이 법무법인과 함께 승소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CJ는 그 결과 화우로부터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중간에 소송 준비를 중단했다.

화우는 CJ가 소송을 포기하자 이 사건의 검토 결과를 들고 중국에 머물고 있는 이 전 회장을 찾아갔다. 이 전 회장은 변호사에게 설명을 들은 뒤 화우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초 이 소송을 준비한 것은 CJ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CJ가 포기하자 화우가 기존의 검토 내용을 들고 이 전 회장을 직접 만나 일종의 ‘기획소송’을 낸 셈이다.

이는 앞서 CJ가 공개한 삼성의 이재현 CJ그룹 회장 미행은 이번 소송 준비에 CJ가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삼성 측의 의심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CJ는 이 전 회장의 소송 제기 사실이 알려진 직후 “소송은 그룹과 상관이 없다.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입장과 달리 CJ는 사전에 이번 소송 준비와 관련한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화우 관계자는 ‘이 전 회장에게 보여준 소송 준비 자료가 CJ가 앞서 검토했던 자료와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거의 같은 자료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이와 관련해 “삼성이 지난해 6월 ‘이 전 회장이 차명재산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며 확인을 요구해와 그 같은 삼성의 주장이 맞는지 화우와 협의를 했다”며 “소송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을 중국에서 직접 만나고 돌아온 화우의 C 변호사는 국내 일부 언론이 자신이 CJ 관계자와 함께 중국에 다녀왔다고 보도한 데 대해 “동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C 변호사는 다만 자신이 11일 오후 비행기로 중국에 갔다가 이튿날 귀국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이어 그는 “내가 어느 좌석에 앉았는지 알 수 있는 곳은 항공사뿐인데 그 정보가 어떻게 언론에 새나갈 수 있느냐”며 “공인(公人)이 아닌 변호사의 여행정보를 유출한 것은 불법이므로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현 CJ그룹 회장 미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부경찰서는 26일 오전 CJ그룹 측 법무팀 직원과 변호사를 고소 대리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CJ 측이 23일 고소장과 함께 제출한 이 회장 자택 부근 폐쇄회로(CC)TV 영상 내용과 미행 증거 등을 분석하고 당일 정황에 대해 진술을 받았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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