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앞으로는 일감 없어도 고용 못줄일 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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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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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규직 전환땐 年 2600억원 추가 비용
獨-美-日은 사내하청 인정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32만여 명에 이르는 사내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휴일특근을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23일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도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판결까지 확정되자 기업들은 “노동시장이 경직돼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고 청년층 신규 고용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재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추가로 발생하게 될 비용과 그에 따른 경쟁력 약화다. 이번 판결의 당사자인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8196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3.8% 수준이다. 회사 측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매년 26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으로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없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가기 시작한 시점에서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간주해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면 원가 부담이 높아져 결국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사내 하청을 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전체 근로자 중 사내하청 비중이 높은 조선(61.3%), 철강(43.7%) 업종은 걱정이 더 크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일감에 따라 인력 운용 규모가 좌우되는 구조”라면서 “요즘 조선업황도 안 좋은데 고용 유연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규직으로 못을 박아버린다면 고정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2만 명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5조4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11만6000여 명의 신규 고용과 맞먹는 규모다. 결국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산업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며 “노동계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여론몰이식’ 투쟁에 나서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도급 계약을 통한 기업 간의 정당한 업무 분업마저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은 산업시장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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