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외환노조 ‘외환銀 5년간 독립경영’ 합의

  • 동아일보

한발씩 양보 ‘하나’된 두 은행… ‘화학적 결합’ 과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았다. 왼쪽부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았다. 왼쪽부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쟁의조정 마감일인 17일 새벽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로써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물리적 결합이 마침내 완성됐고 외환은행의 총파업 사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앞으로 5년간 은행 명칭을 유지하고 독립경영도 보장받게 됐다. 하나금융은 노조의 반대라는 최대 걸림돌을 넘어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추진하는 과제를 남겨두게 됐다.

○ 앞으로 5년 ‘투 뱅크’ 체제

합의 내용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하나금융 자회사로서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유지되며 5년 뒤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협의하게 된다. 또 이 기간에 노사관계나 인사 재무 조직 등 전반에 대한 독립경영을 보장받는다. 특히 인사 및 노사 문제에 지주사가 간섭하지 않고 외환은행 집행임원도 현재의 외환은행 출신을 절반 이상 뽑기로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노조는 고용 보장과 급여 유지라는 실리도 얻어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인력을 인위적으로 감축하지 않고 현재의 임금체계, 복리후생 제도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외환은행의 점포망도 일단은 현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반경 100m 이내 두 은행의 점포가 함께 있는 40여 개는 시간이 흐른 뒤 이 가운데 경쟁력이 처지는 점포를 인력 구조조정이 없는 한도 내에서 문을 닫기로 했다. 또 합병 이전에 두 은행 인력의 교차발령은 없도록 했지만 하나지주와 외환은행 간의 인력 교류는 가능하도록 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초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면서 물적 자산보다는 인적 자산의 인수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며 “두 은행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 성장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 시너지 효과 늦게 나타날 수도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은행명 및 독립경영권과 관련해 노조 측은 영구적인 유지를, 하나금융은 1∼2년 유지를 각각 주장했지만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며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당초 금융권에서 3년 정도의 독립기간을 예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5년은 다소 긴 기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했을 때도 신한금융은 2003년 9월 조흥은행을 인수해 2006년 4월 ‘신한’으로 완전히 통합할 때까지 약 2년 반 동안만 ‘더블뱅크 체제’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이 기대했던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김 회장은 “자동화기기 등 정보기술(IT) 분야나 신용카드 가맹점 분야는 당장이라도 협력할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보다는 우선 두 은행 간에 신뢰 기반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5년 뒤 합병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건이 합의돼 있지 않아 향후 양측의 견해차가 다시 불거질 수 있고 합병을 전제로 한 독립경영이 사실상 얼마나 보장될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외환은행의 급여수준이 하나은행보다 다소 높다는 점은 하나은행 직원들이 불만을 품을 요소로 꼽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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