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고기 대신 낚는 법을”… 저소득 중학생에 과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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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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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클래스’ 기부사업 출범

14일 서울 구로구 K중학교에서 이지혜 씨(서울대 영어교육과 3학년)가 삼성그룹의 교육기부 사업 ‘드림클래스’의 일환으로 2학년이 되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14일 서울 구로구 K중학교에서 이지혜 씨(서울대 영어교육과 3학년)가 삼성그룹의 교육기부 사업 ‘드림클래스’의 일환으로 2학년이 되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14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 K중학교 교실.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이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을 수 없다. 그 대신 이들은 방학 중에 대학생 선생님에게서 영어와 수학을 배운다.

정식 수업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윤모 양(14)은 “선생님과 나이 차가 많이 안 나니까 언니처럼 대할 수 있어 좋다”며 “1학년 때 배운 수학을 복습했는데 쪽지시험에서 점수가 20점이나 올랐다”고 자랑했다.

이 수업은 삼성그룹과 교육과학기술부가 함께하는 저소득층 중학생 학습 지원 ‘드림클래스’ 프로그램이다. 대학생을 강사로 활용해 한 달에 수십만 원이나 하는 학원비가 부담스러운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드림클래스의 출범에 대해 “삼성 사회공헌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학금을 주는 간접 지원에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접 지원으로의 전환이라는 뜻이다.

삼성은 지금까지 고교생을 대상으로 ‘열린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학교법인 중동학원(중동중고교)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주로 재정적 도움을 주는 식으로 교육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앞으론 실질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 측은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사회봉사단은 이와 관련해 15일 교과부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물산빌딩에서 ‘중학생 학습지원 교육기부를 위한 업무 협약서(MOU)’를 체결하고 교육기부 활성화에 힘 쏟을 것을 약속했다.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이 사업이 경제계 전체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동참하는 기업에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관련 컨설팅도 하겠다”고 말했다.

드림클래스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이달 말까지 K중학교를 포함한 서울·경기지역 15개 중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시범수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3월부터는 전국 21개 주요 도시 중학생 7200명을 모아 방과후에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학년별로 20명씩 2개 반으로 나뉘어 주 4회, 총 8시간 수업을 받는다. 강사 확보가 어려운 중소도시와 도서지역에서는 중학생 7800명을 대상으로 주말수업, 방학캠프를 시행하되 올해는 시범사업을 하고 내년부터 본사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삼성은 삼성사회봉사단 홈페이지(www.samsunglove.co.kr)를 통해 대학생 강사 300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연간 300억 원을 투입해 이들에게는 시간당 3만7500원을 지급한다. 삼성 측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 진학에 성공한 대학생들을 우선 선발해 중학생들이 삶의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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