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기자의 Car In The Film]알핀 A310 in 신세기 에반게리온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17년 전 애니메이션에 벌써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가…



1995년 TV 방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한 일본 가이낙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Neon Genesis EVANGELION)’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TV시리즈의 대성공에 이어 2007년부터 시작된 ‘신 극장판’의 제3부인 ‘Q’가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용이 난해하다는 평도 있지만, 시대를 초월한 세계관과 독특하고도 광범위한 설정이 꾸준한 인기의 비결로 지목됩니다.

배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극 대폭발로 인류의 절반이 사라진 뒤 지하도시로 재건된 2015년의 일본 ‘제3신(新)도쿄시’,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은 14세 소년 이카리 신지는 파란 스포츠카를 몰고 마중 나온 연상의 여인, 카츠라기 미사토를 만납니다. 평범하고 내성적인 중학생의 삶은 이 만남을 시작으로 생체병기 로봇을 타고 인류의 존망을 좌우하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듭니다.

카츠라기가 이카리를 마중 나올 때 운전하는 차는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알핀 A310. 르노가 독일 포르셰의 경쟁 기종으로 야심 차게 개발한 고성능 스포츠카입니다. 1971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뒤 1985년까지 1만여 대가 팔렸습니다. 극 중 이 차는 일본 교통상황에 맞게 오른쪽에 운전대가 달려 있고, 수동 모드를 지원하는 ‘H매틱(변속기가 H형태로 움직여 기어를 옆으로 민 뒤 위아래로 움직여 변속이 가능한 형태)’ 자동변속기의 묘사도 충실합니다.

놀랍게도 이 차는 극 중에서 ‘가솔린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개조한 2015년형’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계기반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전 상황을 알려 주는 모습까지 묘사하고 있고, 엔진이 있는 자리에는 전기모터를 단 것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에반게리온이 처음 등장한 1995년 당시만 해도 전기차라는 개념이 일반인에게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10년 후의 세계를 내다본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의 인기와 더불어 알핀 A310의 중고차 시세는 일본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네요.

알핀 르노의 스포츠카 사업부인 ‘르노 스포트 테크놀로지(RST)’에 속해 있던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포뮬러원(F1) 출전 경력은 물론이고 1978년 극한의 내구성을 다투는 레이싱 경기인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숱한 명차를 내놨습니다.

알핀은 경영난을 겪으며 199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만, 최근에는 르노가 이 브랜드를 다시 되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르노는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들 중 가장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죠. 자, 이쯤 되면 정말로 2015년에는 알핀의 전기차가 출시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 스포츠카를 타고 미래 도시를 질주하는 일,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건 아닐까요.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