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만든 ‘닷컴 1세대’ 제리 양… 구글-페이스북에 떠밀려 쓸쓸히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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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우두머리(Chief Yahoo!)’는 “이제 야후 바깥에서 관심사를 찾을 때가 됐다”는 편지 한 통만 남기고 그가 만든 회사에서 떠났다.

한때 ‘닷컴의 상징’으로 칭송받던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이 야후의 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야후가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는 야후저팬과 알리바바 등 야후 계열사 이사직도 사임한다. 야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다.

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야후 주가는 장외에서 한때 3.7% 이상 급등했다. 시장이 양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과 반감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양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야후! 거래의 장애물이 제거됐다”는 제목을 뽑았다. ‘야후’는 미국인이 기분 좋을 때 쓰는 감탄사로 우리말의 ‘만세’와 비슷하다.

앞으로 양은 은퇴 후 자신이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 40%를 매각하거나 야후를 인수할 의사가 있는 프라이빗에퀴티펀드(PEP)에 개인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야후 매각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임이 양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란 분석도 많다.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의 릭 서머 애널리스트는 “양은 야후가 한 단계 나아가는 데 분명 걸림돌이었다. 그동안 야후 이사회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중구난방식의 행태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양이 1995년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야후를 창업한 뒤 야후는 한때 인터넷 붐의 상징이었다. 야후와 함께 닷컴시대를 열었던 웹브라우저 업체 넷스케이프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의 공세에 쓰러질 때에도 야후는 건재했다.

하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자 야후도 크게 흔들렸다. 창업 이후 양은 전문경영인 출신 최고경영자(CEO)에게 경영을 맡겨 왔다. 자신은 ‘야후의 우두머리’라는 상징적 직책으로 만족하며 회사의 큰 전략적 방향만 제시했다. 그러는 동안 구글에 검색 광고 시장을 빼앗겼다. 페이스북은 인터넷 화면 속 배너 광고를 빼앗아 갔다.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양은 2007년 CEO에 취임했다. 스스로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결국 2009년 그는 CEO에서 물러났고, 캐럴 바츠라는 여성 CEO가 영입된다. 하지만 그도 2년 반 만에 이사회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선장이 정신없이 바뀌면서 야후도 계속 출렁였다. MS와 매각 작업이 진행됐지만 막판에 무산됐고, 야후의 중국 자회사인 알리바바가 야후 본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진전되지 않았다. 미국 월가에서는 양이 이런 거래의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양과 똑같이 20대에 큰 성공을 거뒀던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이들은 자신들보다 20년 이상 나이가 많은 전문경영인 에릭 슈밋을 CEO로 영입해 세 사람이 함께 상의해 가며 회사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경영수업이 이뤄져 지난해 4월에는 페이지가 CEO 직을 슈밋에게서 성공적으로 인계받았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20대에 거둔 큰 성공을 감당하지 못하고 애플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그는 10여 년간 또 다른 창업과 실패를 거치며 애플 외부에서 단련된 뒤 다시 돌아와 아이폰 등의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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