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전쟁, 가상移通 속속 가세… 통신업계 격전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홈플러스가 ‘반값 이동전화’라 불리는 가상이동통신망(MVNO)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기로 하자 통신업계 안팎에 파문이 일고 있다.

▶본보 4일자 B1면 홈플러스, 상반기 이동통신사업 뛰어든다

소비자들은 경쟁이 촉진돼 통신요금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요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MVNO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는 유통과 통신의 시너지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 홈플러스 사업 방향은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세 가지 대안을 놓고 MVNO 사업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지분을 공동 투자하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모기업인 영국의 테스코가 과거 삼성과 JV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전례를 참고한 것. 그러나 이 경우 홈플러스가 JV의 대주주인 모양새가 돼 통신사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통사로부터 통신망만 빌려 서비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협력 상대는 MVNO 계약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KT나 LG유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는 홈플러스를 적으로 둘지 동지로 둘지 고민에 빠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우리 매출을 갉아먹을 게 분명한 상황이므로 우리 통신망을 쓰게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게 낫다”고 했다. 이동통신사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아예 기존 MVNO 사업자와 협력하는 재재판매(이동통신사→MVNO→홈플러스)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 통신 춘추전국 시장…반값 통신요금에 하이브리드 마케팅까지

시장이 MVNO를 주목하는 이유는 싼 요금과 다양한 혜택을 결합한 틈새 상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 CJ헬로비전은 1월부터 ‘헬로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계열사 역량을 결합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통신요금에 따라 CJ계열사 통합 포인트를 1.5∼5배 적립해 줘 포인트로 CGV에서 영화도 볼 수 있고 CJ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갈 수 있게 했다. 또 실시간 TV 채널, 3만여 편의 주문형비디오를 볼 수 있는 전용 스마트폰도 내놓았다.

홈플러스는 125개의 대형마트와 249개의 대기업슈퍼마켓(SSM) 등 탄탄한 유통망을 갖췄다. 또 지난해 9월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 가상스토어를 열었고, 전국 113개 점포에 ‘신유통서비스존’을 만들어 금융과 보험 상품을 파는 등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MVNO 사업까지 하면 영국의 테스코 본사처럼 금융과 통신, 유통 사업을 동시에 하는 데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MVNO 활성화 정책은 미흡

장애물도 적지 않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MVNO 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 자사 매출 감소를 우려해 MVNO 활성화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보다 MVNO를 제공할 의무가 없는 KT의 계약 조건이 더 좋다. KT는 자사의 와이파이망을 MVNO가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SK텔레콤은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무선데이터 이용량도 증가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1MB(메가바이트)당 141.92원의 비싼 가격으로 MVNO 사업자에 제공한다. KT는 SK텔레콤의 절반에서 3분의 1 이하의 가격에 제공한다. 이 때문에 MVNO 사업자인 CJ헬로비전도 SK텔레콤을 파트너로 선택하려 했다가 막판에 KT로 방향을 틀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전제로 MVNO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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