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벤츠-BMW “가격 인상”… FTA 관세효과 ‘도루묵’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올 7월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며 유럽산 자동차를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 일부 업체가 관세 인하 효과에도 오히려 가격을 높이기로 해서다.

벤츠, BMW 등 수입차 업체들은 올 상반기만 해도 FTA 발효에 맞춰 가격을 내리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기존 8%였던 1500cc급 이상 유럽산 수입차의 관세가 5.6%로 낮아지며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FTA 효과’에 힘입어 올 7∼9월 유럽산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7% 늘었다.

활기를 띠던 수입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2위 수입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내년 1월 1일자로 가격을 평균 0.5% 올리겠다고 27일 밝혔다. 올 6월 FTA를 맞아 가격을 평균 1.3% 내린 지 반 년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이번 인상은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독일 본사가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는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세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위인 BMW코리아도 이달 2일 출시한 신형 528i 가격을 기존 모델(6790만 원)보다 약 0.7% 오른 6840만 원으로 책정했다. 회사 측은 “신형 엔진을 탑재하고 다양한 편의장치를 추가해 실제로는 가격을 낮춘 셈”이라고 설명했지만 과거 신형을 내놓으면서도 가격을 오히려 낮춰 판매량 높이기에 주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1% 미만의 가격 인상폭은 얼핏 보기에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올 7월 관세 인하(8%→5.6%)로 1.3∼1.4%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에 비해서는 가격이 사실상 2%가량 오른 셈이다. 대다수 업체가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차 판매 1, 2위인 이들 업체의 가격 인상은 ‘잘 팔리니 가격을 올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 큰 문제는 FTA를 통해 앞으로 점차 늘어날 관세 혜택을 업체들이 ‘마진 늘리기’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현재 5.6%로 낮아진 유럽산 수입차 관세는 내년 7월 3.2%, 2013년 1.6%로 단계적으로 낮아지며 2014년 7월부터는 무(無)관세가 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격을 내릴 수 있는 폭이 커지지만,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업체들만 배를 불리는 것이다.

이진석 산업부 기자
이진석 산업부 기자
결국 FTA 체결에 따른 소비자 혜택을 강조했던 정부만 우스운 꼴이 됐다. FTA 발효 전보다 오히려 가격이 비싸진 ‘칠레산 와인’의 사례가 수입차 시장에서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진석 산업부 기자 ge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