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은행들 中企대출금리 잇따라 내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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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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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져 ‘연체대란’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이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잇달아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리거나 대출 상환 기간을 늘려주고 대출 규모도 확대하기로 한 것.

가장 먼저 나선 곳은 기업은행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이달 초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년 1월부터 인하할 예정”이라며 “2년간 남은 임기 동안 현재 10%가 넘는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한 자릿수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25일에는 산업은행이 내년 1∼6월 만기가 돌아오는 3000여 개 중소기업의 운영 및 시설자금 약 4조 원의 상환을 1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시중은행과 금융 공기업도 동참했다. 신한은행은 유망 중소기업과 장기 거래기업의 대출금리를 다음 달 0.5%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2월 기존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농협도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낮추고 올해 2조 원대인 중소기업 대출규모를 내년 3조2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38조8000억 원인 중소기업 보증규모를 내년에 최대 40조 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신보의 보증규모가 확대되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자연스레 늘어난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의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0월 말 현재 중기 대출 연체율은 1.83%로 한 달 전보다 0.27%포인트 올랐다. 심지어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말 1.70%보다도 높다. 은행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중기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정민 경제부 기자
하정민 경제부 기자
은행권의 이런 움직임은 장려할 만하지만 8월 초 선진국 재정위기가 발발한 직후가 아니라 위기가 상당 부분 진행된 지금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그간 많은 은행이 경기가 좋을 때 경쟁적으로 중기 대출을 늘렸다가 불황이 되면 빌려준 돈을 서둘러 회수하는 바람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흑자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금융권이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으면’ 고임금과 수수료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은행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다.

하정민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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