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北메시지 없다?… 현대아산-통일부 어이없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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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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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산업부 기자
김상운 산업부 기자
27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삼청각 별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고 돌아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이희호 여사 등이 류우익 통일부 장관과 오후 6시 40분부터 2시간가량 저녁 식사를 했다.

오후 8시 25분경 이희호 여사와 3남인 김홍걸 씨가 먼저 일어났고 류 장관과 현 회장, 장 사장만 남아 10여 분간 따로 대화를 나눴다. 외부에 공개하기 민감한 북측 메시지를 별도로 전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화를 거의 마치고 8시 37분경 문이 열리면서 별실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와 통일부 직원 세 명을 향해 자사 직원으로 오인한 듯 장 사장이 “코트 가져와”라고 말했다. 이어 장 사장이 류 장관을 바라보며 ‘이만큼’이라는 표현과 원 그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북측 관계자가 ‘남측이 먼저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조금만 양보해 주면 우리가 더 크게 화답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밖을 나서려는 류 장관에게 다시금 “북측 관계자에게 ‘북한 당국의 뜻을 남한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며 재차 강조했다. 기자는 현장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본 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본보 28일자 A1·5면 “北, 금강산 관광 南이 조금만…”

하지만 통일부와 현대 측은 28일 이 기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장 사장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 회장이 27일 귀경 직후 “경제협력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은 상태에서 남북 당국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현대 측으로선 ‘남한이 조금 양보하면 북한이 더 큰 화답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걸 밝히기 곤란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민들에게 대북관계를 있는 그대로 알리고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통일부가 관련 논의를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이날 저녁식사 자리 이전에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무자가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가 있다고 발언한 사실을 현대가 통일부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종혁 아태부위원장 등 고위급이 아닌 이상 실무자급 얘기를 믿을 수 없다며 이를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일 사후 북측이 대남 메시지에 극도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설사 실무자급의 발언이라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통일부와 현대는 북한이 전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숨기려만 한다면 남북 경색을 풀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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