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체력을 회복한 전통의 강호’와 ‘떠오르는 다크호스’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호령하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와 대지진 피해를 딛고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도요타와 닛산, 세계 자동차업계가 주목하는 가파른 상승세의 독일 폴크스바겐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8일 발표한 ‘주요 완성차업체 2012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경기 악화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실적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본 업체들의 조업 정상화와 미국 업체들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로 인해 상위 업체들의 순위 변동 또한 수시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기아차 “올해 660만 대 판매 달성 유력”…내년은 “글쎄”
현대·기아차는 올해 최고의 실적을 거뒀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오히려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올해 해외 판매 호조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해 총 660만 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시장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내년 목표대수는 크게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전 세계에서 약 480만 대를 판매해 GM과 폴크스바겐, 르노-닛산과 도요타에 이어 5위를 유지했다. 연말까지 글로벌 업계 ‘빅 5’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내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당장 내년 말 현지 완성차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에서 신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자동차시장의 상승세도 한풀 꺾인 상태다. 중동 지역의 불안한 정세도 내년 경영계획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 일본은 회복세, 미국은 체질 개선
올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으며 GM에 1위 자리를 내준 도요타는 10월에 월별 기준 글로벌 판매 선두로 복귀했다.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늘어난 13만7960대로 7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을 기록했다. ‘왕좌 탈환’의 첨병이 될 ‘뉴 캠리’는 본격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도요타의 회복은 현대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22% 늘어난 4만9610대로 성장 기조가 계속됐지만 캠리 경쟁 모델인 ‘쏘나타’는 1만5668대가 팔려 2만여 대씩 팔리던 올 8월까지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도요타는 올 들어 포드·BMW 등 주요 자동차업체와 잇단 제휴를 체결하며 1위 복귀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제휴를 통해 미국에서는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하고 유럽에 판매할 디젤 모델도 추가한다.
도요타의 행보가 현대·기아차에 위협적인 것은 두 회사가 내년부터 주요 공략 시장으로 유럽과 신흥시장을 동시에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올해 도요타를 제치고 아시아업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유럽 업체와 제휴를 맺은 도요타에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높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약세를 보이던 미국 자동차업체는 올해 완전히 부활했다. 현지 시장의 신차 수요 회복과 더불어 일본 업체의 부진으로 반사이익도 누렸다. 경쟁이 약화되면서 소비자 인센티브를 축소해 재무실적도 크게 호전됐다.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였고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단체협상도 타결해 ‘노조 리스크’까지 해결했다.
현대차를 ‘라이벌’로 지목하고 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은 아우디 스코다 제아트 등 그룹 산하의 다양한 브랜드를 활용해 잇달아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해 쏘나타의 경쟁 모델인 ‘파사트’ 미국형을 내놨다. 르노-닛산 연합은 러시아 자동차업체 압토바스를 공동 인수하기로 하며 세 불리기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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