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사를 꼼꼼히 읽는 독자라면 삼성 현대만큼 익숙한 회사 이름이 있다. 닥터아파트, 부동산114, 부동산1번지, 부동산써브가 그곳들이다. 이들은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금을 비롯해 각종 부동산 관련 정보를 조사 분석하고 컨설팅해주는 부동산 정보 전문기업들이다. 이 회사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부동산 관련 투자정보는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 회사에서 ‘대표선수’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들이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본부장, 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 채훈식 부동산 1번지 실장,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이다. 이들이 동아일보에 자신들의 부동산재테크 노하우를 비롯해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평가,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 등에 대해 숨김없이 털어놨다. 설문조사와 전화 인터뷰로 밝힌 이들의 의견을 대화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부동산 재테크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A. 이영호(이하 이): ‘어디에 사냐’ ‘돈 많이 벌었냐’ 등의 질문은 정보업체 직원들을 난감하게 해요. 저희도 그저 월급쟁이일 뿐인데… 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2002년 인천에 다세대 빌라를 구입한 게 있습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400%였습니다. 2007년 말 팔았는데 타이밍이 좋았죠.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컸던 시기였거든요.
김규정(이하 김): 재테크라고 하긴 그렇고, 내 집 마련이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아요. 2004년 주택가격이 정점 달하기 전에 수도권 외곽 부모님 댁 가까운 쪽에 집을 샀거든요. 편한데 입지 선택에선 실패한 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 요즘처럼 주택 처분이 더 중요한 시점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죠.(웃음)
Q. 그렇다면, 지금 여유자금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나?
A. 채훈식(이하 채):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소형 임대 매물입니다. 가급적 안정적인 임차인 확보가 가능한 서울 도심 역세권 지역 쪽으로요.
함영진(이하 함): 한남동 꼼데가르송 길처럼 강남·북에서 떠오르는 이른바 ‘잇 플레이스(It Place)’에 있는 중소형 빌딩? 2009년부터 재건축 등 주택시장보다 빌딩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어요.
이: 저는 강남 개포주공 아파트에 끌립니다. 시기가 문제일 뿐 재건축은 진행되는 곳이니까요. 현재 가격이 약세인데다 1억 원이상 추가부담금을 낸다 해도 충분한 투자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Q. 올해 부동산 시장 이야기해 보자. 올 한 해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었나?
A. 함: 전세금 급등을 꼽겠습니다. 굵직한 전월세대책만 5번 나왔다는 게 증거입니다. 수도권 시장은 침체된 반면 미분양으로 고전하던 지방주택시장이 두 자릿 수 이상 가격이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이: 세종시 분양 성공이 인상적이었어요. 메이저 건설사도 사업을 포기했던 곳이었잖아요. 정부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면 세종시 분양성공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Q. 올해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A. 김: 전월세 안정 지원책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빠른 법제화, 후속조치가 아쉬웠습니다. 현재까지 시행하지 않은 게 많을 정도로 대책 발표와 시행시기 사이에 격차가 너무 커 효과가 반감된 느낌입니다.
채: 비슷한 대책이 여러 번 나온 것도 불신을 키웠다고 봅니다. 매입임대사업자 요건을 완화한 것은 잘한 일로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함: 동의합니다. 전월세 소득공제 확대를 통한 세입자 세금감면책도 좋은 평가를 내릴 만한 정책이었습니다.
Q. 내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집값과 전세금, 오를까 내릴까?
A. 김: 전반적으로 집값은 보합세, 전세금은 소폭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세금이 최근 3년 연속 오른 만큼 상승폭은 둔화될 것으로 보이고요.
이: 수도권 집값 약세는 계속될 거라고 봐요. 올해 시장 특징 중 하나가 국외적인 요인과 국내 부동산의 동조화인데, 세계경기 때문에 집값 역시 약세를 보일 걸로 예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해 조언한다면…
A. 함: 실수요 측면에서 전용 60m² 안팎의 내 집 마련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요. 무주택자라면 올 연말과 내년 공급될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지구, 강남지구 본청약 등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살펴보는 걸 권합니다.
채: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죠. 하지만 실수요자라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최저점보다는 무릎 선에서 산다는 전략이 필요해요.
김: 투자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내 집 마련 적기라는 말의 의미가 많이 없어졌어요. 자금 준비 정도, 전세금 상승 부담에 따라 내 집 마련 여부를 정하되, 환금성이 적당한 중소형, 역세권 등 기본을 따지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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