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꾸준히 쑥’ vs 안철수硏 ‘치솟다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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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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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첫날 ‘사상 최고가’… 닮은듯 다른 행보

12월의 첫날 한국 주식시장은 개장과 함께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주도주가 동시에 사상 최고가로 직행했다. 코스피의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09% 오른 103만5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닥의 황제주로 떠오른 안철수연구소도 7.55% 급등한 12만4000원에 첫 거래가 체결됐다. 안철수연구소의 액면가는 삼성전자의 10%인 500원.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124만 원으로 삼성전자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후 1시간 반 남짓 동안 삼성전자는 따듯했고 안철수연구소는 뜨거웠다. 삼성전자는 3% 남짓 상승한 104만 원대를 오르내렸으나 안철수연구소는 10시 25분 거의 상한가에 가까운 13만600원까지 치솟았다. 이때 안철수연구소의 시가총액은 코스닥시장 5위인 1조3077억 원, 최대주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분(37.1%) 가치는 4858억 원에 이르렀다. 올 초(1만9300원)보다 무려 576.68% 올라 안철수 원장은 한국 500대 주식부자 가운데 올 들어 주식자산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두 회사의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13만 원을 넘겼던 안철수연구소는 11시 40분 11만8100원으로 떨어졌다. 이때까지는 사상 최고가였지만 8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11시 48분 안철수연구소는 10만 원 선이 무너졌고 정오를 넘어서자 하한가로 추락했다. 11시 반경 안철수 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계기였다.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9824억 원. 장중 최고가일 때와 비교하면 3253억 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오전 내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오후 1시를 넘자 장중 최고인 108만 원을 기록했다. 결국 전날보다 7만 원(6.97%) 올라 종가기준 최고가인 107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150조 원을 넘긴 158조1990억 원이었다.

증권업계는 이날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을 ‘탄탄대로’와 ‘살얼음판’으로 요약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4조5000억∼4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 시장 호전으로 2012년 영업이익은 2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전망치 역시 모두 사상 최대이다. 안철수연구소의 3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229억 원과 30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늘어난 규모이지만 4개월 새 4배로 치솟은 주가를 설명하긴 어렵다. 안 원장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곤두박질한 것 자체가 ‘살얼음판 주가’를 잘 설명한다. 이는 주가수익비율(PER)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PER는 59.93배, 삼성전자의 PER는 12.02배다. 이는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1주당 수익의 60배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코스피 평균 PER는 10배 정도이다.

이날 삼성전자 거래 주문이 가장 많았던 증권사는 모건스탠리, JP모건, UBS 등으로 외국계가 휩쓸었다. 안철수연구소는 개인투자자가 주로 이용하는 키움증권이 압도적이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개인이 거품인 걸 알면서도 재미로 투자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한 표 찍어주는 심정으로 몇 주씩 사는 건 아닐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현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는 “주가는 결국 기업의 실적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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