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투자, 대기업 ‘현상유지’ 中企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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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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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0개社중 확대 53%… 작년 72%보다 위축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기업의 내년도 연구개발(R&D) 투자가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기악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생존’이 더 시급하다고 보고 R&D 투자를 기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투자 늘리겠다’는 기업 줄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국내 R&D 투자 상위 200개사(대기업 100개, 중소기업 100개)를 대상으로 2012년도 R&D 전망을 조사해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보다 R&D 투자를 늘리겠다는 곳은 전체의 53%였다.

반면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곳이 38%, 축소하겠다는 곳은 9%로 조사됐다. 연구원 채용 역시 ‘늘리겠다’가 51%, ‘유지하겠다’ 38%, ‘축소하겠다’ 11%로 R&D 투자 계획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는 72%가 R&D 투자를 확대하고, 71%가 연구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해 올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다만 대기업들은 “올해 워낙 R&D 투자를 많이 해 내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만 유지해도 공격적 투자인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도 R&D 투자의 증가폭은 한 자릿수겠지만 투자를 늘리는 것은 확실하다”며 “R&D 인력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크게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측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에도 R&D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투자 확대는 아니더라도 현상 유지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 한숨 커져

반면 중소기업들은 위기감을 털어놓으며 내년도 R&D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었다.

올해 설비투자 금액만 봐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지난해보다 각각 16.4%, 10.9% 늘어났지만 중소기업은 3.9% 줄어들었는데,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설비투자에 이어 R&D 투자 예산을 먼저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중소기업 간 R&D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발주사인 대기업의 원가절감 압박이 거세지기 때문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R&D 투자액부터 확 줄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B사의 대표도 “경기가 나빠지면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R&D 인센티브나 교육이 줄어 연구 인력이 많이 이탈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R&D 투자가 줄어들 경우 중장기적 악순환에 빠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체감경기가 워낙 나빠 별다른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14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중소기업 경기전망(SBHI)은 11월 대비 4.9포인트 하락한 87.5로, 2009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SBH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업체가 많고,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중소기업 R&D 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R&D 지원 예산을 올해 6288억 원에서 내년 7150억 원으로 증액할 방침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정부 R&D 예산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내년도 중소기업의 여건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관련 예산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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