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이자 ‘눈덩이’…50조원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7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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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받은 가계가 금융회사에 내는 이자가 총 50조 원을 넘어섰다. 국민총소득(GNI)의 5% 가량을 이자 상환에 쓰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내수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금융회사의 대출액과 평균 대출금리를 토대로 추정한 가계 이자부담액은 총 56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GNI(1173조 원)의 4.8%에 이른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가계의 총 이자 규모가 5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은 대출규모 자체가 늘어난 데다 금리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797조4000억 원에서 올해 9월말 840조9000억 원으로 43조 원 증가했다. 금리가 낮은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액이 18조 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금리가 높은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대출도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돈줄이 마른 가계가 1, 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되도록 많은 대출을 받으려 애썼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연 5.35%였던 은행 대출금리는 올해 9월 말 5.86%까지 상승해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졌다. 특히 올해 저축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연 16.7%로 지난해(연 12.7%)보다 4%포인트나 올랐다.

가계 소득이 별로 늘지 않는 가운데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감소, 기업실적 부진, 전반적인 경기 위축, 경제위기 장기화의 악순환 고리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실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계 평균소득은 4012만 원으로 지난해(3773만 원)보다 6.3% 늘었다. 반면 가계의 평균 대출규모는 지난해 3147만 원에서 올해 3591만 원으로 14.1% 증가했다. 벌어들인 수입보다 빌린 돈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가계로선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경제활동의 중심축인 가계와 기업을 둘러싼 여건이 불안한 만큼 경제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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